대한통증의학회, 학회지 인용 건수에 따라 20만~40만원씩 지급
“저희 학회지를 논문에 참고문헌으로 인용하면 장려금을 드립니다.”
대한의학회에 소속된 한 의학회가 학회지 게재 논문을 참고문헌으로 인용한 저자에게 장려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객관적이고 엄정한 연구활동을 해야 할 학술단체가 학회지 인용지수를 높이기 위해 금전적 보상을 하는 건 부적절할 뿐 아니라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28일 대한통증의학회 소식지에 따르면 이 학회는 ‘통증의학회지(The Korea Journal of Pain)’를 참고문헌으로 인용하면 게재횟수에 따라 장려금을 지급한다. 저널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기준인 임팩트팩터(impact factor)가 1.0 이상인 저널에 논문을 게재할 때 학회지 논문을 인용할 경우 1편은 20만원, 2편은 30만원, 3편은 40만원을 지급한다. 임팩트팩터가 1.0 미만인 저널에도 학회지 논문을 1~3편을 인용하면 10만~2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학회에서 학술지 권위를 높이고 회원들의 연구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감사패 등을 수여하기는 하지만, 인용건수에 따라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홍성태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이하 의편협)회장은 “국제학술지 기준에서 보면 인위적 문헌인용 조작에 해당되며, 편집윤리에서 금하는 행동”이라며 “장려금을 통해 인용횟수를 늘린 학회지는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등재에서 배제될 것이고, 등재가 된 학술지라면 등재가 취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편협은 다음 달 중 출판윤리위원회를 개최해 통증의학회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에 대해 조대현 통증의학회 회장은 “논문을 쓸 때 관습적으로 국내논문이 아닌 해외저널 논문만 인용하는 현실을 개선하고, 학회지 발전에 이바지한 이들을 치하하기 위해 장려금 제도를 운영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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