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말레이시아 협상에 문제 생긴 듯
관, 비행기 못 타고 영안실로 돌아와
“암살 용의자 2명 출국도 취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 김정남의 시신이 27일 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까지 옮겨졌다가 영안실로 되돌아왔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시신과 북한대사관에 은신 중인 암살 용의자들을 북한으로 보내는 대신, 북한에 억류된 말레이 국민 9명을 귀환시키는 것으로 마무리될 듯하던 말레이와 북한 간 협상에 복병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28일 더선, 중국보(中國報) 등 말레이 언론에 따르면 김정남의 시신은 전날 오후 5시30분부터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화물운송센터에서 대기하다가 오후 9시 15분 쿠알라룸푸르 병원으로 되돌아왔다. 언론들은 “오후 9시30분 ‘취급주의’ 표식이 붙은 비닐에 싸인 관이 차량에서 내려져 쿠알라룸푸르병원 영안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김정남 시신은 당초 베이징을 경유해 평양으로 옮겨질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더선은 소식통을 인용해 ‘기술적인 문제’로 시신을 항공기 화물칸에 싣지 못했다고 보도했고, 중국보 등은 시신 부패 문제로 기내반입이 거부돼 결국 시신을 화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국어 매체인 동방일보(東方日報)는 보건부 당국자를 인용해 “부검의들이 김정남 시신에 대한 추가 방부처리 필요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말레이 당국은 이미 14일 민간 전문업체를 동원해 시신에 대한 방부 작업을 마쳤다. 따라서 시신이 비행기에 실리지 않은 것은 추가 방부처리 필요성 때문이라기보다는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비공개 협상이 난항에 부딪혔기 때문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 “말레이 정부가 김정남 시신을 북한 측에 인도하기로 하고 이송을 준비했다”며 “그러나 협의 결과 발표 방법 등을 둘러싸고 절충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등 김정남 암살에 연루된 북한인 용의자들의 출국도 돌연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 NHK는 “27일 베이징행 항공기 탑승자명단에 용의자 2명의 이름이 있었지만 실제 탑승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북한과 말레이가 어떤 부분에서 충돌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항공기 화물칸에 싣는데 필요한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북한이 현재 억류 중인 말레이 국민 9명을 돌려보내겠다는 약속을 깨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됐다는 주장도 있다.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 말레이 보건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완전한 해법이 도출될 때까지 시신을 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사태를 원점으로 되돌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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