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짤 때 양극화 문제와 4차산업혁명(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이 결합하는 차세대 산업구조 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춰 재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양극화와 문제가 예산안 편성 지침 주요과제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28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2018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 계획안 작성 지침을 의결ㆍ확정했다. 이 지침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내년 예산안을 짤 때 준수해야 할 가이드라인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의 4대 핵심분야를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대응 ▦저출산 극복 ▦양극화 완화로 설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일자리 지원을 최우선에 두고 민생안정과 양극화 완화를 통해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겠다”고 재정운용의 기본방향을 밝혔다.
양극화라는 문구가 예산안 편성 지침에 들어간 것은 노무현 정부 후반기인 2007년 이후 10년 만이고, 특히 주요 과제로 들어간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스스로 양극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예산 편성 지침에 명시한 것은 복지와 분배 쪽 가치를 중시하는 야권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으로 분석된다. 어떤 후보가 당선이 되느냐에 따라 구체적인 모습은 다르겠지만, 9월에 국회에 제출될 내년 정부예산안에서는 복지와 일자리 분야에서의 취약계층 지원 사업들이 대거 강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핵심 기술 개발에도 국가 재원이 집중 투입된다. 정부는 또 동남아시아나 중남미 등 신흥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데도 재원 배분의 우선 순위를 두기로 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 위협에 대비한 핵심전력에 대한 투자, 미세먼지 등 환경위해요소, 지진ㆍ가축전염병ㆍ신종감염병 등에 대한 대응에도 재원이 집중될 예정이다.
정부의 예산편성지침은 5월 9일 대통령 선거 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 그 내용이 상당히 수정ㆍ보완되어 다시 각 부처에 하달될 수도 있다. 각 부처는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작성된 예산요구서를 5월 26일까지 기재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빨라야 5월 10일 새 정부가 출범하기 때문에 실제 새 대통령 하에서의 정부부처가 예산요구서를 짤 시간은 많아야 2주밖에 없다. 박춘섭 기재부 예산실장은 “(새 정부 출범 후) 여러 변동 여건을 감안해 각 부처에 추가 예산을 요구하고, 6~8월 추가 협의를 통해 새 정부 방향 등을 내년 사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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