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던 하원 정보위원장이 한밤 백악관 경내에서 정보원과 몰래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트럼프와 측근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 파문이 한없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의 반발에 휩싸인 하원 정보위가 예정된 일정을 전격 취소함에 따라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을 무기로 트럼프 정권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은 27일(현지시간) 데빈 누네스(공화ㆍ캘리포니아) 하원 정보위원장이 해당 조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이끌고 있는 누네스 위원장이 22일 ‘버락 오바마 정권이 트럼프 캠프에 대한 통신 정보를 수집, 전파했다’는 발표를 하기 전날 밤 백악관에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바마 도청설’을 주장했다가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꼭두각시 역할을 자처한 누네스 위원장이 백악관과 짜고 물타기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게 된 것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누네스 위원장을 트럼프ㆍ러시아 조사에서 즉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의원도 “누네스 위원장도 백악관에서 정보원을 만났다고 인정한 만큼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백악관과 누네스 위원장 간 유착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하원 정보위는 금주 예정된 모든 회의 일정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같은날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마이크 로저스 국가안보국(NSA) 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비공개 전체회의도 무산됐다.
수세에 몰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 누네스 의원은 민주당 요구를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심야에 올린 트위터 게시물에서 “하원 정보위는 우라늄을 보내는 등 러시아와 유착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왜 조사하지 않느냐”며 “러시아 스캔들 주장은 모두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네스 위원장은 “정보를 살펴볼 안전한 공간이 필요해 백악관에 갔을 뿐 트럼프 대통령이나 측근과 교감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장인이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 미국 정부의 제재대상인 국영 러시아 은행 대표를 만난 것이 드러나 상원 청문회에 서게 됐다. 청문회에서 쿠슈너 고문은 이미 사임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함께 주미 러시아 대사를 만난 사실에 대해서도 해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쿠슈너 고문의 대러 접촉은 공적인 업무의 일환이었으며, 청문회에도 자진해서 나가기로 했다”고 옹호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