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네요. 자식 출가를 앞둔 부모 마음이라고 할까요.”
여느 때와는 다르다고 했다. 23년 경력의 베테랑이었지만 그의 얼굴에선 긴장감이 역력했다. 다음 달 발사 초읽기에 들어간 무궁화 7호 위성 관제시스템 운용을 책임진 정차일(54) KT SAT 용인위성센터장의 얘기다.
28일 경기 용인의 KT SAT 위성센터에서 만난 그는 직원들과 함께 다음 달로 예정된 무궁화 7호 위성 궤도 안착을 위해 막바지 점검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번 위성은 다른 위성들과는 다릅니다. 우리 손으로 완성한 관제 시스템이 적용된 위성이니까요.” 그는 무궁화 7호 위성에 보인 남다른 애착 이유를 토종 기술의 접목에서 찾았다.
KT그룹내 직무 전문가(마이스터) 1기 출신인 정 센터장은 우리나라 무궁화 위성 역사와 궤를 같이 한 인물이다. 앞선 1995년7월 당시, KT 전신이었던 한국통신 주도로 발사한 무궁화 1호부터 6호(4호 제외)까지 쏘아 올린 모든 위성의 관제시스템 운용에 그가 관여했다.
위성은 크게 위성체(본체)와 발사체, 관제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관제시스템은 위성에서 정보수신ㆍ처리ㆍ명령을 수행하는 실시간처리시스템(RTS)과 궤도 분석 및 예측에 필요한 위성정보분석시스템(FDS), 위성 상태를 제어하는 위성지상관제시스템(TT&C)으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발사된 무궁화 위성의 위성체와 발사체, 관제시스템은 모두 해외에서 조달 받아 운영했다. 하지만 무궁화 7호 위성에 적용된 관제시스템은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개발됐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자체 토종 위성 관제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여정엔 굴곡도 많았다.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간다는 게 어려웠습니다. 기술력 없는 설움을 혹독하게 경험했어요.” 정 센터장은 위성 관제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던 지난 시절을 이렇게 떠올렸다.
사실, 우리나라의 위성 관제시스템 개발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시작됐다. 지난 2015년 초, 무궁화 7호 위성체와 관제시스템 및 관련 기술 전수에 동의한 프랑스 업체가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몽니를 부린 게 발단이 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업체에선 당초 약속과 달리, 관제시스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핵심 기술 전수를 반년이 지나도록 교묘하게 피하면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정 센터장은 “프랑스 업체에선 자사 도움 없인 우리나라가 위성 발사를 못할 것이란 우월적인 생각에서 까다롭게 대했던 것 같았다”며 “답답한 우리 입장에선 다른 길을 찾아야만 했다”고 당시 절박했던 정황을 설명했다.
결국, KT SAT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위성 관제시스템의 국산화 길을 택했다. 하지만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기초 기술이 전무했던 백지 상태에서 위성 관제시스템의 토종 기술 개발은 계속된 난상 토론과 밤샘 작업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1년여를 보낸 끝에, 위성 관제시스템 개발을 끝냈지만 프랑스 업체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이번엔 관제시스템의 최종 점검에 필수적인 본체와의 연동 시험을 프랑스 업체가 자사 위성체 안전을 이유로 거부했다. “거기서 물러날 순 없었습니다. 우리 손으로 만든 관제시스템을 위성에 적용시키지도 못하고 버릴 순 없었으니까요.” 간절했던 당시 상황에서 정 센터장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고 했다. 정 센터장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밤낮 없이 끈질기게 프랑스 업체 설득에 나섰고 위성체와 관제시스템의 연동 시험 허락과 함께 ‘안전 운용이 가능하다’는 결정도 받아냈다.
그렇게 무궁화 7호 위성 궤도 안착에 밑거름을 다진 정 센터장에게도 마지막 소망은 남아있다고 했다. “이젠 해외 시장에서도 검증된 우리 위성 관제시스템의 대중화 시대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의 목소리에선 토종 위성 관제시스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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