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유 속 식별제, 활성탄으로 제거
등유와 경유 2대 8 비율로 혼합
경주ㆍ영암ㆍ함평 주유소 통해
식별제를 제거한 등유를 경유에 섞은 뒤 임차한 주유소를 통해 정상제품인 것처럼 팔아 폭리를 취해온 가짜경유 제조ㆍ유통책 일당 11명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북경찰청은 28일 등유를 섞은 가짜경유를 만들어 유통한 혐의(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로 가짜경유 제조 총책 A(46)씨 등 8명을 구속하고 판매책 B(49)씨 등 3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식별제를 제거한 등유를 경유와 2대 8 비율로 섞어 만든 가짜 경유 505만ℓ, 60억 원 상당을 만들어 경북 경주시와 전남 함평군, 영암군 지역 주유소 3곳을 임차해 정상제품인 것처럼 판매했다. 505만ℓ는 석유류제품을 운반하는 2만ℓ 용량 유조차 250대가 넘는 분량이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가짜경유라는 점을 속이기 위해 식별제제거 필터링 장치를 이용하고, 등유와 경유 혼합비율도 2대 8로 유지했다. 전남지역 한적한 공동묘지 인근 농가에서 정상적으로 구입해 온 등유를 필터링장치에 연결, 활성탄과 여과막을 거쳐 식별제를 제거한 뒤 주유소 경유 탱커에 섞는 방법을 사용했다. 또 필터링 작업장에는 이중문과 맹견을 배치해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했다.
운송용으로 주로 쓰이는 휘발유나 경유와 달리 등유는 난방에 주로 쓰이기 때문에 세금이 적게 붙어 소비자가가 저렴한 편이다. 28일 현재 경유 1ℓ 판매가는 전국평균 1,287원선인데 반해 등유는 800원대로 4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가짜경유 1ℓ 중 20%만 등유를 섞어도 세금에서만 80원 이상 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정부는 난방용 등유가 운송용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약을 넣으면 보라색으로 변하는 식별제를 첨가했지만, 가짜 경유 제조책들은 필터링 장치로 이마저 무력화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 석유제품은 환경오염과 차량 고장을 유발하는 한편 탈루로 이어져 국가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며 “한국석유관리원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단속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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