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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자

입력
2017.03.28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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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석 aT 식품수출이사
백진석 aT 식품수출이사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주식 투자자들의 오랜 격언이다. 분산을 통해 위험 부담을 줄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계란이 한 가득 담긴 바구니에 난데없이 큰 돌덩어리가 날아드는 상상을 해 보자. 생각만으로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농식품 수출구조를 보면 한 바구니까지는 아니더라도 바구니 세 개에 계란이 집중적으로 담긴 형국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봤을 때 일본, 중국, 미국, 이들 3개국이 우리나라 전체 농식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다. 물론 일·중·미 세 나라에 농식품 수출이 집중된 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농식품은 부피는 큰 반면 단가가 낮아 이동거리가 길수록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사람들의 먹을거리 취향만큼 보수적인 것이 또 없어서 식문화가 유사하거나 교포시장이 잘 형성되어 있는 국가가 농식품 수출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일·중·미 3개국 집중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식문화가 유사하고 시장도 드넓은 중국과 일본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큰 행운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세 개의 바구니 중 한 바구니에 심상치 않은 돌멩이 하나가 날아들 조짐이다. 사드 배치로 인한 양국 간의 갈등이 한국 농식품의 대중국 수출과 판매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와 aT는 매일매일 중국 현지의 수출상황과 통관 동향을 점검하고, ‘피해신고센터’(02-6300-1119)를 운영하는 등 대중국 수출업체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갈등 국면이 장기화된다면? 언제까지 사드 탓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일본, 미국 시장에서 제2의 사드, 제3의 사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세 개의 바구니에 집중되어 있는 계란을 다른 바구니로 분산시키는 ‘농식품 수출시장 다변화’는 중요한 과제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까지 특정국가로 시장이 집중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시장다변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하지만 우리 농식품 수출이 한 단계 도약된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세계인들의 식탁에 우리 농식품을 골고루 차려 놓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농식품부와 aT는 지난해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식품 수출 시장다변화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 오고 있었다. 시장다변화 T/F를 구성하여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카자흐스탄, 이탈리아 등 20개 다변화 전략 국가를 선정하여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첫 삽의 일환으로 오는 5월부터는 수출업체, 유관기관 등으로 구성된 12개 팀 80여 명의 민관합동 시장개척단이 전 세계로 파견된다. 이들 수출 ‘캐러반’(caravan)들은 한국 식품이 아직 생소한 미지의 땅에서 바이어를 찾고, 유통망을 조사하며, 제품의 시장성을 시험해 보는 등 분주하고 열정적인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낯설고, 물 설은 땅에 우리 농식품 수출의 씨를 뿌리는 일인 만큼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가 도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인내심과 애정을 갖고 이들 개척 요원들을 지켜보자. 새로운 땅에 우리 농식품 수출의 길을 닦아, 보다 많은 세계인들이 우리 농식품을 즐기게 될 날을 반드시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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