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양 뒤 잔존유 우선 제거 안해
양식장 피해 집계 벌써 18억원
수산물 전량 폐기 보상 요구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대량의 기름이 흘러나와 양식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인근 어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세월호를 반잠수선에 선적한 뒤 선체에 남아 있는 기름부터 제거해야 하는데도 대비책도 없이 자연 배수 작업을 진행해 기름 유출이 더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27일 정부와 전남 진도군 어민 등에 따르면 세월호 인양 현장에서 6㎞ 이상 떨어진 동거차도를 비롯해 서거차도, 대마도, 모도, 관매도 등의 톳ㆍ미역ㆍ다시마 양식장 16곳 391㏊가 세월호에서 빠져 나온 기름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축구장 473개 크기다. 이날까지 집계된 피해액수은 18억원이지만 인근 섬에 모두 93개 양식장(2,052㏊)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인양현장에서 8㎞ 떨어진 곳에서도 기름띠가 발견될 정도다.
기름은 중국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의 세월호 인양 작업 중 유출된 것이다. 세월호가 수면 위로 부양한 후 자연 배수가 이뤄지며 선체 개구부나 틈 사이로 기름이 흘러나온 것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사고 당시 세월호에 적재된 연료와 윤활유는 총 214㎘로 추정된다. 여기에 화물칸에 실린 차량 185대의 잔존유도 7.35㎘에 이른다. 이 중 상하이샐비지가 인양 작업 초기였던 2015년 잠수부를 투입해 회수한 것으로 발표된 잔존유는 유성혼합물(954㎘) 중 유류함유량 131㎘에 불과하다. 결국 여전히 선체에 남아있거나 침몰ㆍ인양 과정에서 유출된 기름이 90㎘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반떼 1,800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한 선박 전문가는 “인양 과정의 기름 유출은 상하이샐비지가 본 인양 착수 전에 잔존유 제거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다른 한 전문가도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박에 선적한 뒤 잔존유가 있는 곳을 찾아 직접 제거 작업부터 진행해야 했는데도 이를 하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해수부, 진도군, 상하이샐비지는 부랴부랴 피해 조사에 나섰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도 이날 “기름을 빼기 위한 천공 작업은 목포 신항 거치 후 육상에서 하겠다”고 말했다. 기름 유출 피해에 대한 보상은 일단 인양 업체인 상하이샐비지가 책임질 전망이다. 김 장관은 “상하이샐비지는 기름 유출 피해 보상을 위해 1억달러 한도의 보험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접 피해보다 간접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이 어민들의 주장이다. 관매도 어민 김동식(56)씨는 “동ㆍ서거차도 뿐만 아니라 진도 전 어민들이 피해자”라며 “참사가 있었던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이 진도산 해조류를 찾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어민들은 “직접 기름 오염이 되지 않은 양식 수산물도 기름 냄새 때문에 팔 수가 없다”며 수산물을 전량 폐기한 후 전액 보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세월호는 반잠수선-세월호 선체 고정, 반잠수선 배꼬리(선미) 측 날개탑(부력 탱크) 4개 제거 등의 막바지 준비 작업을 거쳐 30일쯤 목포 신항으로 출항할 예정이다. 목포 신항 도착 후 세월호를 육상에 거치하는 데 4,5일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인양 공정은 다음달 5일쯤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 장관은 “내달 10일을 전후로 해 세월호 미수습자 수색이 본격적으로 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진도=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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