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디스플레이 등 9개 계열사
4조원 들여 만든 사이언스파크에
연말 2만여 연구개발인력 입주 시작
1959년 국산 라디오 1호 본떠
전 직원에 블루투스 스피커 선물
“다가올 70년 더 나은 가치 제공”

불과 10여 년 전 논밭만 그득했던 ‘서울 아닌 서울’ 강서구 마곡ㆍ가양동 일대(마곡지구)는 어느새 고층 아파트와 산업시설이 어우러진 금싸라기 땅으로 변모했다. 이 같은 마곡지구 상전벽해의 중심에는 축구장 24개 크기(17만여㎡)인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개발(R&D) 단지 ‘LG사이언스파크’가 자리잡고 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그룹 9개 계열사가 총 4조원을 들여 조성한 사이언스파크에서는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약 2만2,000명의 계열사 R&D 인력이 16개 연구시설에 입주한다. ‘인재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곳’을 지향한 사이언스파크는 LG의 경영철학과 함께 미래상이 투영된 상징적 공간이다.
27일 창립 70주년을 맞은 LG가 또 다른 70년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LG가 꺼내든 무기는 변함 없이 R&D다.
R&D 중시는 “남이 안 하는 것을 해라. 뒤따라가지 말고 앞서가라. 새로운 것을 만들라”고 강조한 고 구인회 창업주부터 시작됐다. 창업주가 이끈 금성사(현 LG전자)는 1959년 국내 기술로 1호 라디오(A-501)를 개발한 저력을 발판으로 자동전화기 냉장고 흑백TV 세탁기 등을 연이어 국산화했다. 모두 국내 최초였다.

1995년 현재의 LG로 거듭난 이후에는 지상파 DMB폰(LG전자),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LG디스플레이), 2600㎃h급 원통형 리튬이온 2차 전지(LG화학) 등 세계 최초 제품들이 쏟아졌다. LG디스플레이는 2014년 플렉시블 OLED와 투명 OLED도 최초로 동시 개발했다. ’숙명의 라이벌’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등은 넘어서지 못했지만 세계 1위인 OLED TV를 비롯해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배터리 등 LG 제품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LG는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A-501을 형상화한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를 전 직원에게 전했다. 70주년 엠블럼과 옛 ‘골드스타(Goldstar)’ 로고가 부착된 제품이다. 여기에 ‘70년간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고자 한 LG의 열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주인공은 임직원 여러분입니다’라는 문구가 동봉됐다.

사실 LG의 뿌리는 부산 서대신동에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가 설립된 1947년 1월이지만 구본무 회장이 새로운 그룹 비전 ‘도약 2005’를 발표한 1996년 3월 27일을 창립기념일로 다시 정했다. ‘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의지로, 새 출발한다’는 각오가 담겼다.
이런 날 LG가 라디오를 닮은 선물을 선택한 것은 ‘도전과 혁신’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유원 LG그룹 전무는 “산업불모지에서 화학과 전자산업 등을 개척한 창업정신을 되새기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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