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27일(현지시간) 다우케미칼과 듀폰의 1,450억달러(약 160조원)규모 합병을 조건부 인가했다. 이로 인해 세계 농화학산업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다우와 듀폰이 일부 부분을 매각하는 것을 조건으로 두 기업의 합병을 승인했다. EU는 당초 두 기업의 합병이 새로운 제초제와 살충제 개발에 투자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듀폰은 합병 전 살충제 부문의 절반을 매각하고 다우는 석유화학공장 2곳을 판매할 계획이다.
다우와 듀폰은 EU 외에도 미국ㆍ중국ㆍ브라질 등지에서 합병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EU라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산을 넘어섬으로써 7월로 예정된 합병이 무난하게 치러질 전망이다. 두 기업은 공동성명을 내고 “이번 EU 규제 당국의 이정표는 합병을 마무리 짓는데 있어 의미 있는 조치”라며 환영했다.
EU는 이날 결정으로서 화학업계에서 추진 중인 메가톤급 거래 3건 중 1건을 확정했다. 다우와 듀폰의 합병 외에도 중국 켐차이나의 스위스 신젠타 인수와 독일 바이엘의 미국 몬산토 인수 합병도 검토를 앞두고 있다. 켐차이나-신젠타 합병은 수 일 내에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되며 바이엘-몬산토 합병은 다음달 검토를 개시한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나머지 두 합병은 다우와 듀폰 합병의 여파로 더욱 집중된 경제 구조 하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지구의 친구들’은 이날 결정을 “지옥에서 이뤄진 결혼”이라며 “음식과 농촌을 거대 기업의 손아귀에 넘겨줬다”고 비판하고 EU 집행위원회에 나머지 두 합병을 거부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농업 종사자 대표단체인 유럽지주기구(ELO)는 “경쟁 부재로 인해 비용이 비싸지는 점은 우려하나 농산물 보호를 위한 신화학물질 개발도 중요하다”며 조심스럽게 기대를 표명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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