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카드 2장 쥐겠다는 의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당내 호남 경선에서 각각 몰표를 받아 호남 표심의 진의를 두고 궁금증을 낳고 있다. 호남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확인된 동시에 ‘문재인 대항마’도 부상하는, 어찌 보면 모순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두 경쟁자를 고르게 밀어주는 ‘전략적 육성’을 통해서 확실한 정권교체 카드를 쥐겠다는 게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27일 당 호남 경선에서 60.2%(14만 2,343표)의 지지를 얻었다. 안 전 대표가 25, 26일 국민의당 광주ㆍ전남ㆍ제주 경선과 전북 경선에서 얻은 64.4%(5만 9,731표)에 근접하는 수치다. 경선인단의 수가 민주당이 훨씬 많은 만큼 직접적 비교는 어렵지만, 압도적인 지지 심리는 비슷하다는 평가다. 문 전 대표 측은 “호남의 지지는 문 전 대표라는 특정 후보에 대한 선호라기보다 차기 정권교체가 가능한 사람을 밀어주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준비된 후보’를 외치며 대세론을 내세우고 안 전 대표가 그에 맞선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는 것도 호남의 이 같은 심리를 고려한 선거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호남의 선택은 야권의 역대 대선후보를 좌우해왔다. ‘이인제 대세론’이 공고하던 2002년 광주 국민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기를 잡으면서 결국 대선 승리까지 거머쥔 것이 대표적이다. 이날 광주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 같은 자긍심을 숨기지 않았다. 광주 광산에 거주하는 택시기사 윤일연(57)씨는 충무공 이순신의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를 언급,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고 하지 않았나. 호남에서 밀어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이번엔 문재인도 있고 안철수도 있으니 일단 둘 다 팍팍 밀어주겠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강다솜(28)씨도 “야권으로의 정권교체는 확실시됐지만, 본선 레이스에서 누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모두 가능성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윤태곤 정치컨설팅 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의 호남 몰표에대해 “호남 민심이 정권교체를 위해 두 장의 카드를 본선까지 들고 가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본선전에서도 정권교체의 캐스팅보트를 호남이 쥐겠다는 것이다.
광주=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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