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사유화에 정경유착 앞장
사안 중대성만으로 구속 불가피”
朴 차라리 혐의 인정했더라면
‘불구속 상태서 재판’ 판단 여지
여론조사서 60~70% “영장 청구”
불구속 기소 땐 역풍 우려도 적용
검찰이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민간인에 불과한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와 공모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는커녕 앞장서 실행한 것으로 드러난 이번 사안의 ‘중대성’ 하나만 따져 봐도 구속 수사는 불가피했다. 21일 박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 이후 6일이 지나서야 나온 결론이지만, 검찰로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얘기다.
검찰이 이날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와 동시에 낸 발표자료를 보면, 그의 신병처리 문제에 있어 ‘구속영장 청구’가 정답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상세히 설명돼 있다. 검찰은 “피의자(박 전 대통령)는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밝혔다. 최씨가 40년 지기인 대통령과의 친분을 등에 업고 국정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기업 경영에 개입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전 과정에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 받은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공모’가 있었다는 뜻이다.
국정농단 실상이 낱낱이 드러났는데도,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는 박 전 대통령의 ‘모르쇠’ 태도가 특히 악수(惡手)가 됐다. 검찰은 “그 동안 다수의 증거가 수집됐지만 피의자가 대부분의 범죄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면서 일침을 가했다. 피의자의 강력한 혐의 부인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한 영장 기각을 이끌어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증거 인멸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 된다. 차라리 혐의를 인정했더라면 검찰이나 법원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도 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는데, 그 여지를 스스로 없애버린 꼴이다.
검찰은 ‘법 앞의 평등’ 문제도 고려했다. 최씨는 물론,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한 안종범(58) 전 정책조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 다수, 뇌물공여자인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구속기소된 점에 비춰, 국정농단의 맨 꼭대기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면 형평성에 반한다는 것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도 ‘구속영장 청구’ 의견이 60~70%에 달하는 상황에서 불구속 기소 결론을 내릴 경우 검찰에 불어 닥칠 역풍도 감안했을 법하다.
헌법재판소는 이달 10일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면서 “피청구인은 최씨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의 헌법ㆍ법률 위배행위는 재임기간 전반에 걸쳐 이뤄졌다”고 했다. 이러한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의 상당수는 바로 지난해 말 이뤄진 검찰의 1차 수사결과였다. 헌재가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밝힌 것처럼, 검찰도 ‘전직 대통령도 법 앞에선 예외 없다’는 원칙을 확립해 얻는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판단한 셈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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