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가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전구속영장에 적시한 핵심 혐의는 크게 4가지 범주다. 박 전 대통령은 특수본 1기 수사 때 9가지,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당시 5가지 등 모두 14가지 범죄혐의를 받고 있지만, 이번 영장에는 확실히 소명되는 핵심 혐의만 적시하고, 나머지는 구속수사를 필요로 하는 사유로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대기업들이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내게 한 부분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해 11월 최순실(61)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구속기소할 때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한 시각을 그대로 유지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액수와 관련해서는 검찰은 일단 특검의 판단을 반영했다. 특검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총 433억원대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영장에는 동일 액수의 뇌물수수 혐의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검찰은 삼성 측이 미르ㆍK스포츠에 낸 204억원을 강요에 의한 것으로 봤지만, 특검은 이를 포함해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승마 지원을 위해 최씨의 독일 페이퍼컴퍼니 코레스포츠와 맺은 213억원대 계약(실제 전달액 78억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도 뇌물로 봤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실제 받은 금액은 298억원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청구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피의사실이 아니고, 피의사실 공표나 상대방의 방어권 문제도 민감하기 때문”이라며 “최종적으로 기소 단계에서 법리 관계(뇌물 또는 직권남용ㆍ강요)가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뒤 추가 수사를 통해 기존의 직권남용ㆍ강요 혐의나 뇌물수수 혐의 중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향후 SK나 롯데 등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대기업 수사를 통해 뇌물의 액수는 늘어날 수 있다.
검찰은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의 작성과 실행을 지시한 혐의와 최씨의 태블릿PC 등 비교적 증거관계가 확실한 정호성(48) 전 부속비서관의 청와대 문건 유출에 관여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영장에 사안의 중대성 이외에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도 구속 사유로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미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최씨 등 공범들과의 형평성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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