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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 세균 우습게 보다간 잇몸병뿐만 아니라 뇌졸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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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 세균 우습게 보다간 잇몸병뿐만 아니라 뇌졸중까지

입력
2017.03.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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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3명 중 1명꼴 잇몸병 앓아

잇몸병은 국민 3명 가운데 1명 꼴로 앓을 정도로 국민병이 된지 오래다. 입 속에 사는 300여 가지의 세균이 증식하도록 놔두다간 뇌졸중 등 각종 전신 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잇몸병은 국민 3명 가운데 1명 꼴로 앓을 정도로 국민병이 된지 오래다. 입 속에 사는 300여 가지의 세균이 증식하도록 놔두다간 뇌졸중 등 각종 전신 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입 속(구강)을 집에 비유할 수 있다. 생쥐가 기둥을 갉아 먹으면 충치(치아우식증)다. 두더지가 기둥주변 땅을 파서 집이 무너지면 풍치(치주병ㆍ잇몸병)다. 입 속에는 항상 생쥐와 두더지가 있다. 생쥐(충치)는 어린이에게, 두더지(잇몸병)는 어른에게 많다. 붓고 시리고 피나는 잇몸을 방치해 생기는 잇몸병은 나이 들수록 많아진다.

잇몸병으로 병원을 찾는 이가 2015년 급성상기도염(감기)에 이어 2위에 올랐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 3명 가운데 1명꼴로 잇몸에 크고 작은 문제가 있다. 진료비도 1조 원을 훌쩍 넘었다. 3월 24일은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잇몸의 날’이다. ‘삼(3)개월마다 잇(2)몸을 사(4)랑하자’는 뜻으로 2009년 대한치주과학회가 정했다.

‘삼(3)개월마다 잇몸(2)을 사랑(4)하자’는 뜻으로 3월 24일을 잇몸의 날로 정했다. 지난 23일 열린 제9회 잇몸의 날 행사 모습. 대한치주과학회 제공
‘삼(3)개월마다 잇몸(2)을 사랑(4)하자’는 뜻으로 3월 24일을 잇몸의 날로 정했다. 지난 23일 열린 제9회 잇몸의 날 행사 모습. 대한치주과학회 제공

“잇몸 색깔 변화로 조기 진단”

잇몸병은 크게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나뉜다. 치은염은 염증이 치은(齒齦ㆍ잇몸)에만 국한된 형태다. 치주염(齒周炎)은 잇몸에 생긴 염증이 치아 뿌리나 치조골(잇몸뼈)까지 퍼진 상태다.

잇몸병을 일으키는 주 원인은 플라크(치태ㆍ齒苔)다. 치아 표면에 붙은 세균덩어리의 얇은 막이다. 플라크를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돌처럼 단단한 치석(齒石)이 된다. 플라크와 치석에 숨어 있는 각종 세균이 잇몸 안쪽으로 손상된 혈관에 들어가 온 몸에 퍼져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관상동맥우회술(바이패스수술)을 받은 환자에게서 떼낸 죽상동맥에서 진지발리스균 같은 구강 세균이 발견되기도 한다.

잇몸병 환자는 없는 사람보다 당뇨병 위험이 2배, 심혈관질환 위험이 1.14배, 뇌졸중 위험이 2.11배, 폐질환 위험이 1.75배, 만성 콩팥질환 위험이 1.6배 높다. 임신과 출산에도 영향을 끼쳐 미숙아 출생 가능성이 무려 7배나 높다. 암 발생 위험도 1.14배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입 속에 사는 300여 종의 세균은 죽어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세균의 껍데기가 염증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민경만 대한치주과학회 홍보이사(서울메이치과 원장)는 “단순히 세균을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완전히 긁어내 없애야 한다”며 “양치질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잇몸병은 단계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므로 조금만 신경을 쓰면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초기에는 칫솔질하면 치약 거품 속에 피가 묻어 난다. 잇몸이 건강하면 색깔이 분홍이지만 염증이 생기면 주황색이나 붉은색으로 변한다. 잇몸병이 생기면 잇몸과 치아 사이에서 고름이 생기고 음식물이 썩어 역한 냄새가 난다. 박준봉 강동경희대병원 치주과 교수는 “평소 잇몸 색깔을 들여다 보는 습관을 들이면 잇몸병을 알아내기 쉽다”고 했다.

찬 음식이나 찬물을 먹을 때나 찬바람을 맞아도 이가 시리게 된다. 즉 잇몸이 부었다 가라앉다 하면서 내려앉아 뿌리가 드러나고 칫솔질에 치아가 닳아서다.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먹은 뒤 잇몸이 욱신거리면 이미 중증 단계다. 식사할 때마다 치아 사이에 음식이 끼여 이쑤시개를 달고 산다면 말기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잇몸이 가끔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으면서 이가 조금씩 흔들린다. 시간이 지나면 증세가 점점 나빠진다.

칫솔질 잘하면 잇몸병 예방

칫솔질만 잘해도 잇몸병을 예방할 수 있다. ‘하루 3번, 식사 후 3분 이내, 3분간 칫솔질을 한다’는 ‘333법칙’을 따라야 하지만 칫솔질을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성인이나 치주질환자에게는 ‘변형 바스법’이 추천된다. 칫솔모를 45도 기울여 치아와 잇몸 사이에 놓고 전후방으로 2~3㎜ 정도 10초간 왕복하며 가볍게 닦는다. 이후 아래로 쓸어 내리면 잇몸과 치아 사이에 쌓인 플라크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당뇨병 환자나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사람은 칫솔질만으로 예방하기 어렵다. 치간칫솔ㆍ구강청결제 같은 보조용품을 사용한다.

정기 치과검진과 스케일링도 잇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매일 치간(치아와 치아 사이) 관리를 열심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쓰는 사람은 10%밖에 되지 않는다(2016년 국민구강건강실태조사).

심혈관계ㆍ당뇨병ㆍ호흡기질환ㆍ류마티스관절염 환자나 골다공증약 복용자, 호르몬 치료 중인 여성, 잇몸병을 심하게 앓았던 사람,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은 잇몸병 고위험군이어서 평소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민 이사는 “잇몸병은 당뇨병ㆍ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할 만성질환”이라며 “치주질환 경험자는 2~3개월에 한 번씩, 구강상태가 건강한 사람은 6개월에 한 번씩 치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잇몸병 스스로 체크해 보세요>

-치아를 닦을 때 잇몸에서 피가 난다.

-치아가 전보다 길어 보이는 곳이 있다.

-치아에 치석이 있는 것 같다.

-나쁜 입 냄새가 난다.

-가끔씩 잇몸이 아프다.

-치아 사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잇몸이 자주 붓는다.

-부모 중에 틀니를 한 사람이 있다.

-치아가 시린 적이 있다.

-피곤하면 이가 들뜬다.

-이 사이에 음식물이 자주 낀다.

-딱딱한 음식은 먹기 힘들다.

-당뇨병으로 치료 중이거나 치료한 적이 있다.

-골다공증 치료 중이거나 치료 받은 적이 있다.

-담배를 피우고 있다.

*(0~4개) 비교적 건강한 편이나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필요하다.

*(5~8개) 정밀검사를 받은 뒤 치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9~12개) 더 이상 나빠지기 전에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13~16개) 중증 잇몸병을 앓고 있다.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자료: 대한치주과학회>

<구강 및 잇몸ㆍ치아 건강관리수칙>

-양치질은 2분 이상, 치아 양쪽 면과 씹는 면을 꼼꼼히 닦는다.

-칫솔모는 잇몸과 치아 경계면을 대고 45도 각도로 양치질한다.

-구강 전체를 꼼꼼히 칫솔질하고 혀까지 깨끗이 닦는다.

-하루에 2번 이상, 아침ㆍ저녁에는 꼭 양치질한다.

-양치질 이후 입안과 치아 사이까지 잘 헹군다.

-칫솔모가 낡은 칫솔은 곧바로 교체한다.

-치실 사용 습관을 들이고 치간 세정기를 활용한다.

-아침식사 전에 양치질해 잘 때 생긴 플라크를 없앤다.

-음파 칫솔 등을 사용해 플라크를 제거한다.

<자료: 세계치과의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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