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 팀으로 돌아온 ‘빅보이’ 이대호(35ㆍ롯데)가 팬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입담으로 미디어데이 현장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이대호는 27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프로야구 미디어데이&팬페스트에 참석했다. 2011년을 마지막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떠나 일본, 미국을 거쳐 올해 국내 무대로 돌아온 이대호가 이번 행사에 참가한 것은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4년 150억원에 계약한 그는 ‘팬 퍼스트’를 내세우며 ‘구도’ 부산을 다시 야구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졌고, 실제 미디어데이에서 좌중을 압도했다. 이대호는 먼저 감독과 선수로 2004년에 사제지간을 맺었던 양상문(56) LG 감독과 유쾌한 설전을 벌였다.
양 감독이 이대호를 향해 “장단점을 훤히 꿰뚫고 있다”며 “롯데를 만나기 전날 선발 투수는 물론 경기에 나갈 투수들에게 대호의 약점을 하나도 빠짐 없이 얘기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이어 “(대호가) 외국 물을 많이 먹었으니까 이제 분위기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다른 팀하고 할 때 열심히 쳐 놔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대호는 “감독님이 언제적 약점을 얘기하시는지 모르겠다”며 “감독님을 모신지 10년이 지났다”고 맞받아쳤다. 또한 “약점이 있다고 해도 투수들이 정확하게 공을 던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롯데와 LG는 내달 7일 잠실에서 첫 맞대결을 펼친다.
우승에 대한 열망도 남달랐다. 이대호는 조원우 롯데 감독으로부터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을 꼽아달라’는 말에 “우승 트로피에 소주 한잔 받고 싶다”고 답했다. 우승 공약에 대해서는 “우리가 우승하면 부산 전역이 눈물바다가 될 것”이라며 “딱히 공약이 필요 없다. 사직야구장에 오신 팬들과 같이 울고 싶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사전 인터뷰 때는 ‘천적’ NC와 개막전을 앞둔 소감에 대해 “하루빨리 3월31일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오히려 시범경기에서 2번 모두 진 게 다행”이라고 자신하기까지 했다. 이대호는 “개막전 상대인 NC는 (상대 전적에서 우리한테) 이기고 있는데, 원래 그런 팀이 더 불안한 법”이라며 “졌던 팀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게 야구”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지난해 NC를 상대로 1승15패, 참담한 상대 전적을 기록했다. NC가 1군에 합류한 첫해인 2013년에만 8승 6패 2무로 우위를 점했을 뿐이고, 2014년(7승9패)과 2015년(5승11패) 모두 상대 전적에서 뒤졌다.
이대호는 “선수들에게 주눅 들지 말고 지나간 건 다 잊자고 말했다”면서 “NC와 시범경기에서도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아 있더라.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2연패 한 것도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이길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작년 롯데가 NC한테 진 거 절반으로만 줄여도 된다. 편안하게 생각하자”고 동료들에게 당부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