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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칼럼] 이젠 ‘세월호 의인들’ 인양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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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칼럼] 이젠 ‘세월호 의인들’ 인양할 차례

입력
2017.03.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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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불인정한 기간제 교사와 자살 교감

트라우마와 잠수병에 시달리는 민간잠수사

정부는 책임지고 사회도 관심 잃지 말아야

지난 27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7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운데는 두 명의 교사가 있다. 사회 과목을 가르쳤던 양승진 교사는 사고 당시 선체가 기울자 구명조끼를 제자에게 벗어 주고 자신은 배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체육을 맡았던 고창석 교사도 객실 곳곳을 뛰어다니며 학생들의 탈출을 돕느라 미처 빠져 나오지 못했다. 그는 “애들을 돌보느라 고생했다,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남겼다.

단원고 수학여행단 인솔 교사들은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갑판으로 대피시키고, 객실을 살피다가 11명이 희생됐다. 숨진 교사들 중에는 기간제 교사 두 명도 포함돼 있다. 김초원 교사와 이지혜 교사. 이들은 당시 탈출이 비교적 쉬운 5층 객실에 있었다. 두 젊은 교사는 배가 침몰하자 대피하지 않고 학생들을 구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하지만 이들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처리가 거부됐다. 현행법상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정부가 내놓은 답변이다.

두 교사는 주40시간 근무하고 담임까지 맡으며 정규직 교사들과 똑같이 일해 왔으나 차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은 보험 가입에서조차 차별을 받았다. 학생들은 여행자보험에, 정규직 교사들은 상해보험에 가입됐으나 이들은 어떤 보험에도 들지 못했다. 두 교사가 학생들을 구하러 달려 갔을 때 “나는 기간제 교사니까”라는 생각을 했을 리 없다. 가족들은 지난 3년 동안 국회의원, 국무총리 등 만나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 “순직연금을 받지 않을 테니 딸의 명예만이라도 지켜 달라”고 호소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한 명의 교사가 있다. 강인규 교감. 수학여행 인솔책임자였던 그는 구조된 지 이틀 후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으로 자살을 택했다. 목격자들 진술서를 보면 그는 학생과 승객 20여명을 대피시키다가 저혈당 쇼크로 쓰러져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구조됐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200여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이 벅차다.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 선생을 하겠다”고 적혀 있었다. 그 역시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죽음에 이른 책임감이라는 심리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죽음의 형태로만 판단한 결과다.

세월호 희생자 시신 수습에는 25명의 민간잠수사가 동원됐다. 정부가 할 일을 떠맡은 이들은 3개월 동안 사투를 벌여 292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지금 이들은 하나같이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불면증과 골 괴사, 근육 파열, 디스크 등 잠수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치료는 고작 1년에 그쳤다. 지난해 6월 민간잠수사 김관홍씨의 자살은 그들이 겪는 고통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김씨는 시신 수습 이후 가족들과 몸을 부대끼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시신들이 생각나 살과 살이 부딪힐 때마다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올랐다”고 했다.

미국은 9ㆍ11테러가 발생하자 피해자뿐만 아니라 구조대, 심지어 목격자까지 심리 치료에 3조원을 쏟아 부었다. 그러고도 10년이 지나 현장 구조대가 2차 후유증으로 사망하자 다시 법을 만들어 의료지원을 확대했고, 최근에 다시 법을 개정해 아예 기간 제한을 없앴다.

재난이나 일상 속 위험에 처한 이웃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의인’에게는 합당한 예우와 지원을 해 주는 게 국가가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유사한 재난이 일어났을 때 어느 누가 몸을 던지겠는가. 현재 국회에는 현행법으로 구제받지 못하는 기간제 교사와 민간잠수사 등을 희생자와 피해자로 규정하는 ‘세월호 참사 피해지원법’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의원들도 발의만 해 놓고 “할 일 다했다”는 식이다.

3년 만에 떠오른 세월호는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외치고 있다. 피해자들도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합당한 사과와 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적극적이고 충분한 조치를 취할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대신 그들에 대한 관심과 연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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