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 대체법안 입법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 희생양’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른바 ‘트럼프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법안을 설계한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에 발을 걸치는 한편, 법안에 반대했던 공화당 내부 강경 보수 계파인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에도 경고를 보냈다. 백악관은 법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 온건파와의 협력까지 시사했다. 프리덤 코커스 내부에서도 자성 여론이 나오는 등 공화당 내부에서 동요와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라이언 의장이 트럼프케어 통과 실패로 정치적 수세에 몰렸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라이언 의장에게 트럼프케어 법안 설계를 맡긴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자신도 오랜 친구인 지닌 피로 전 판사의 입을 빌려 라이언 의장 사퇴론에 발을 걸쳤다. 그는 이날 “오늘 밤 9시 폭스뉴스 ‘지닌 판사와 함께하는 정의(Justice with Judge Jeanine)’를 많이 시청해 달라”고 트위터에 적었는데,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피로가 라이언 의장의 활동을 “완전한 실패”라고 혹평하고 사임을 요구한 것이다. 백악관과 라이언 의장 측은 양측의 불화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도 25일과 26일 내내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의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민주당원들은 프리덤 코커스가 (낙태옹호단체인) 가족계획연맹과 오바마케어를 살려낸 것에 대해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적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대체법안 처리 실패는 ‘썩은 워싱턴 정치 탓’이라며 프리덤 코커스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회기까지 하원의원(공화ㆍ사우스캐롤라이나) 이었던 그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프리덤 코커스 창립을 도운 사람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프리덤 코커스를 응징하는 것까지 검토하는 분위기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26일 폭스뉴스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은 당파적 대통령이 아니다. 이제 우리와 뜻이 맞는 민주당 온건파와 동행하는 방안을 모색할 차례”라고 말했다. 입법과정에서 프리덤 코커스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빈 자리를 민주당 온건파의 연대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대신 30여명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에 대해서는 지역구 예산배정에서의 차별 등 대통령이 가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불이익을 준다는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설득에도 ‘오직 미국을 위한 일’이라고 트럼프케어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은 프리덤 코커스도 동요하고 있다. 이 모임의 핵심 의원이 탈퇴를 선언하고, 다른 의원들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26일 테드 포(텍사스ㆍ공화) 의원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쉽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가는 것”이라며 탈퇴를 선언했다. 이 단체 회장인 마크 메도스(노스캐롤라이나) 의원도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기 위해 공화당이 다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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