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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트라우마에… 국민연금,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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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트라우마에… 국민연금,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 신중

입력
2017.03.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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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7일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

1조3500억 채무 재조정 시도

회사채 29% 보유한 국민연금 반대 땐

초단기 법정관리 ‘P플랜’ 직행

연합뉴스
연합뉴스

채권단의 고통분담(채무재조정 3조8,000억원)을 전제로 한 대우조선해양의 조건부 구조조정 방안이 정해졌지만 채무재조정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이 원론적 입장만 표명하고 있어 대우조선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는 홍역을 겪은 국민연금은 신중한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도 국민연금에게 찬성해 달라는 요청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최대 채권자인 수출입은행은 27일 시중은행을 상대로 채무재조정 작업을 본격 진행한다. 산은은 이어 내달 초부터 18일까지 대우조선이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갖고 있는 사채권자를 대상으로 1조5,500억원 수준의 채무재조정에 들어간다. 앞서 정부는 지난 23일 대우조선에 대한 조건부 지원방안을 내놨다. 대우조선 채권단 전체가 출자전환, 만기연장 등 3조8,000억원의 채무재조정에 동참하면 국책은행을 통해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신한, 우리, KB국민,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은 7,000억원의 채무재조정 요청(출자전환 5,600억원·만기연장 1,400억원)을 받았다. 시중은행들은 속으론 대우조선 지원에 불만이 크지만 당국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든 만큼 채무재조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현대상선 때처럼 사채권자들이 채무재조정에 동참하면 합류하는 조건부 방식이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내달 17일부터 이틀간 회사채 보유자를 대상으로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다. 정부 입김이 통하는 국책·시중은행과 달리 사채권자들은 개인과 기관투자자로 구성돼 채무조정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 산은은 17~18일 5번의 집회를 열어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조3,500억원의 채무재조정을 시도한다. 집회 5번 중 1번이라도 부결되면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은 실패로 돌아간다. 가결 조건은 출석 채권금액의 3분의2 이상 동의다. 집회 5번 모두 이 조건을 만족하고 동의한 채권금액도 전체 채권액의 3분의1 이상을 웃돌아야 한다.

열쇠는 대우조선 회사채의 28.9%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3,900억원)이 쥐고 있다. 특히 4월21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400억원의 40% 가량을 국민연금이 갖고 있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면 사실상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은 실패로 끝난다. 이 경우 대우조선은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Pre-packaged Plan)로 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우조선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금융위원회는 국민연금에 측면 지원을 요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찬성 결정을 내린 국민연금이 최순실 게이트에 휩쓸려 곤욕을 치른 상황에서 정부의 요청이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에 지원을 요청할 계획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신 산은이 조만간 국민연금과 접촉해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동참하는 게 그나마 손해를 줄이는 길이란 식으로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내부에선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정부 발표 이후 관련 부처별로 각각의 경우를 두고 검토를 진행했다“며 “다음 주 내부 회의를 열어 심의하겠지만 쉽게 결론을 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기권'하거나 아예 사채권자집회에 불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도 나온다. 대우조선의 운명이 국민연금의 손에 달렸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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