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제왕적 인사권도 지적
법원 내 최대 학술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법원행정처 비대화에 날을 세우는 일선 판사들의 의견이 대거 공개됐다. 법원행정처는 법관 인사 등 사법행정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곳으로 판사들이 고위 법관으로 가기 위해 거치는 ‘엘리트 코스’로 인식돼 왔다.
25일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연세대법학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공개된 설문조사에는 법원행정처 존립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판사들의 의견이 다수 담겼다. “법원행정처의 태스크포스(TF), 각종 정책 변경으로 재판업무 집중에 방해를 받는다”는 주관식 응답이 쇄도한 것이다. 판사들은 “사법행정만 담당하는 법관 수를 대폭 축소하고, 행정처 등 행정업무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정만 담당한 법관이 재판업무만 담당해온 법관보다 인사에서 우대받는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왔다.
법원행정처가 모델로 삼은 일본 최고재판소 사무총국에 소속된 판사들도 일본 사회 내에서 “법복 입은 공무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소개됐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에 대한 문제의식도 드러났다. 대법원장이 제청하게 돼있는 현행 대법관 임명절차를 수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71.6%에 달했고, 설문에 응답한 판사 10명 중 9명(88.3%)은 대법원장과 각급 법원장 등 사법행정권자의 정책에 반하는 의사표현을 했을 때 보직, 근무평정, 사무분담 등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 설문조사는 전체 판사의 17%(501명)가 참여했다.
법원행정처는 앞서 연구회 소속 판사에게 “설문조사를 축소하고 학술행사도 미뤘으면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시 당사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사직했으며, 진상조사위원회가 현재 의혹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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