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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요구ㆍ압박에 유통업체 가격 인상 철회 잇따라… 업계만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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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요구ㆍ압박에 유통업체 가격 인상 철회 잇따라… 업계만 속앓이

입력
2017.03.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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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 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 뉴스1

유통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가 정부의 요구나 압박에 가격 인상을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는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속앓이만 하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23일부터 전국 147개 전 점포에서 판매하는 백숙용 생닭(1㎏) 가격을 15% 가량 올렸으나 하루만인 24일 다시 원래 가격으로 조정했다. 이마트 측은 최근 육계 시세가 1㎏ 당 1,7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300원)에 비해 30% 가량 올라 이를 반영해 닭고기 값을 인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 1위가 가격을 인상하면 동종 업계의 가격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정부의 인상 자제 협조 요청에 따라 내부 논의 끝에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민간기업의 가격조정권을 통제할 권한은 전혀 없다”며 “다만 조류인플루엔자(AI)와 브라질산 닭고기 파문 영향 등으로 소비자들이 닭고기 소비를 줄이고 있는 등 시기가 별로 좋지 않아 인상을 보류해달라고 협조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규제 권한을 가진 농식품부가 민간업체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 업체 입장에선 ‘압력’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농식품부가 행정권한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치킨프랜차이즈업체 BBQ가 최근 치킨 가격 10% 인상 방침을 밝혔을 때도 농식품부는 “AI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가격을 인상할 경우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의뢰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BBQ는 결국 세무조사 가능성까지 언급한 농식품부의 압박에 가격 인상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업계는 민간기업의 가격 조정권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정부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산정 때 고려할 요소가 시세, 고객 수요 외에 ‘정부 눈치’가 추가됐다”며 “원칙적으로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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