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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일국양제 흔들리나

입력
2017.03.2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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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산당 정치국 만장일치 지지

前 장관 연임 포기 등 압력 작용

일대일로 등 경제체제 동참 공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당선인이 26일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홍콩=EPA 연합뉴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당선인이 26일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홍콩=EPA 연합뉴스

홍콩 새 행정장관에 강경 친중(親中)파인 캐리 람(林鄭月娥ㆍ59) 전 정무사장(총리격)이 선출됨에 따라 1997년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중국이 천명한 일국양제(一國兩制ㆍ1국가 2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람 당선인은 26일 실시된 차기 행정장관 간접선거에서 선거인단 1,194명 중 777명의 지지를 얻었다. 이는 지난달 말 후보등록 당시 추천인 579명에 비해 200표 가량을 더 득표한 것으로 5년 전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이 얻은 689표에 비해서도 88표가 더 많다.

람 당선인의 압승 자체가 적잖은 논란을 낳고 있다. 중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 정부에서 홍콩ㆍ마카오업무협조소조 조장을 겸하고 있는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지난달 초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이 만장일치로 람 전 사장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친중파 선거인단에 압력을 가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잇따랐다. 렁 행정장관의 연임 도전 포기도 중국 정부의 의중에 따른 것이란 얘기가 파다하다.

람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 중 내세운 핵심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간섭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 렁춘잉 행정부의 2인자였던 람 당선인은 양극화 심화와 일자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가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를 두고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가 사실상 중국 정부의 관리체제 편입이 될 것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오는 7월에 출범할 캐리 람 행정부에서도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람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중 직선제 도입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는 일국양제, 항인치항(港人治港ㆍ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림), 고도의 자치에 대한 그의 시각이 “중앙정부가 부여하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람 당선인은 2014년 정무사장 재임 당시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시위인 ‘우산혁명’을 강경진압하면서 중국 정부로부터 차기를 낙점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날부터 직선제 요구 시위가 다시 시작된 것은 향후에도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1957년 중국 저장(浙江)성 출신의 홍콩 노동자 가정에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람 당선인은 명문 홍콩대 졸업 후 1980년 공직에 입문했다. 2007년 개발국장 선임 직후 퀸스피어 철거 강행, 2011년 불법 건축물 단속 등으로 ‘홍콩판 철의 여인’이란 별칭을 얻었다.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정작 선거 기간 중에는 “시민 추천을 허용하면 빈곤층이 득세할 것”이라는 등의 반서민 행보로 빈축을 샀다. 전문가들은 지니계수가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라는 0.537까지 치솟을 정도의 양극화 심화, 홍콩 반환 후 지속적으로 악화해온 세대 갈등을 람 당선인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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