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인민회의 초대의장 딸이자 소설가 허근욱씨 별세

북한 최고인민회의 초대의장 딸이자 소설가 허근욱씨 별세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의 딸이자 한국전쟁 당시 월남해 자전적 소설 ‘내가 설 땅은 어디냐’를 쓴 소설가 겸 방송작가인 허근욱씨가 25일 오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1930년 서울 출생인 고인은 이화여대 영문과에 재학 중인 1948년 아버지 허헌(1885∼1951)ㆍ이복언니 허정숙(1908∼1991)과 함께 월북했다.

일제시대 민족변호사이자 남로당 당수를 지냈던 허헌은 이후 북한 최고인민회의 초대의장, 허정숙은 북한 최고재판소장과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부의장을 각각 지냈다. 평양러시아어대를 졸업한 고인은 북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남편과 함께 월남했다. 그러나 아버지와 언니가 북한 고위층이란 이유로 간첩 혐의를 받기도 했다.

고인은 1959년부터 KBS 작가실에서 근무해 1980년부터 KBS 전문위원으로 일하다가 1989년 정년퇴임 했다. 1960년 등단 후 내놓은 대표작 ‘내가 설 땅은 어디냐’는 남한과 북한 양쪽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자전적 내용을 담고 있으며, 후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001년에는 아버지 허 전 의장을 딸의 시선에서 바라본 ‘민족변호사 허헌’을 출간하기도 했다.

민족통일중앙협의회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을 역임했고, 한국문인협회•한국소설가협회•한국여성문학인회에서 문단 활동을 했다. 대한민국 문학상,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반공문학상, 한국 PEN문학상, 순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유족에 아들 박일규 서울예술대 예술창조센터장과 며느리 김진희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 28일 오전 7시. 장지는 용인공원묘원. (02) 2258-5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