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켈리 교수의 BBC 인터뷰 방송 사고가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켈리 교수의 인터뷰 도중 발생한 자녀들의 귀여운 돌발 행동과 어머니의 당황한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런데 일부 해외 언론사와 네티즌들이 영상 속에 등장한 켈리 교수의 부인을 보모라고 표현했는데, 이를 두고 BBC측은 고정관념에 따른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즉 동양 여자를 서양 남자의 아내로 보지 않고 보모로 인식하는 것이 피부색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고정관념의 결과라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편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인종 차별에서부터 성, 장애인, 지역, 직업 차별에 이르기까지 각종 차별 표현들이 일상 언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음에도 직업 이름에서 의사, 변호사와 같은 직업은 스승, 선비를 뜻하는 ‘-사(士)’, ‘-사(師)’의 접미사를 붙이는 반면 청소부, 파출부, 점쟁이, 때밀이 등의 직업은 평범하거나 낮잡아 이르는 의미의 ‘-부(夫)’, ‘–부(婦)’, ‘-쟁이’, ‘-이’ 등의 접미사를 붙여 불러 왔다.
직업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청소부는 ‘환경미화원’으로, 파출부·가정부·식모는 ‘가사도우미’로, 점쟁이는 ‘역술가’로, 때밀이는 ‘목욕관리사’로, 구두닦이는 ‘구두미화원’으로, 봉급쟁이는 ‘봉급생활자’로 순화해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보모(保姆) 역시 ‘아이를 돌보는 젖어머니’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므로 ‘보육사’ 혹은 ‘육아도우미’로 바꿔 부르는 것이 좋다. 어머니를 보모로 인식하는 서양 사람들의 편견을 탓하기 전에 우리부터 편견의 언어를 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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