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4월 16일,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304명의 탑승객이 진도 앞바다에서 희생됐다. ‘세월호 탑승객 전원 구조’라는 뉴스 자막은 이내 오보로 밝혀졌고 황급히 카메라를 들고 찾은 팽목항은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수학여행 길에 나선 자식의 희생을 믿지 못하는 부모들의 통곡은 검푸른 바다의 파도 소리만큼 거셌다.
‘찰칵찰칵’ 오열하는 장면을 담아야 하는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못내 원망스러웠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가족들의 무사 귀환을 두 손 모아 함께 빌 뿐.
계절이 열 두 번 바뀌며 다시 3년이 지났다. 슬픔만이 가득했던 당시와 달리 이번엔 약간의 희망을 안고 팽목항에 들어섰다. 바람에 맞선 노란 리본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얼굴이 뒤를 이었다.
간절한 바램이 통한 것일까. 22일 오전, 사납기로 소문난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가 평온을 되찾기 시작했다. 시험 인양은 본 인양으로 바뀌었고 작업은 밤새도록 불을 밝힌 채 신속히 진행됐다.
마침내 23일,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외관 곳곳은 녹이 슬어 갈색으로 변했고 출발 당시 선명했던 ‘SEWOL’이라는 글자는 희미하게 흐려져 있었다. 그사이 희생자 가족들의 기억들은 더욱 또렷해졌을 텐데 말이다.
3년의 시차를 두고 나는 아빠로 변했다. 자식을 둔 부모 입장이 되고 보니 더 가슴이 먹먹해 온다. ‘가족’이란 그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가. 마지막 희망으로 바다를 찾은 미 수습자 가족들이 꼭 가족의 흔적을 찾기 바란다.
세월호 인양작업은 이제 고비를 넘겼다. 절반의 끝이 보이는 지금, 숨가빴던 3일을 정리하며 다시 한 번 팽목항을 둘러봤다. 가족들이 임시숙소로 지냈던 판자집과 무사귀환의 소망을 담은 조형물들이 새롭게 보였다.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던 세월호가 이제 가족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다시 팽목항을 찾는 날에는 슬픔보다는 희망을 얘기하고 싶다. 진도=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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