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그 천일의 기억
배영(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1073일,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지난 23일, 맹골수도에 갇혀있던 세월호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완전한 인양을 위해서는 산적한 과제가 많이 남아있고, 3년이라는 세월의 아픔을 오롯이 드러낸 처연함은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조그만 안도를 느끼게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세월호가 바다에 잠겨 있던 지난 3년간, 우리에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광화문은 국민들의 바램과 요구가 모이는 촛불의 광장이 되었고, 집권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통령은 탄핵되었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고, 또 어떻게 남아있는가?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3년간의 흔적을 ‘세월호’를 키워드로 하여 살펴보았다. 먼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와 뉴스기사에서의 세월호 언급 건수를 통해 사회적 관심의 추이를 살펴보고, 관련해서 어떤 얘기들과 생각들이 공유되고 있었는지 파악해보았다.
세월호 관련 언급, 3년 내내 꾸준히 이어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국민들의 마음 속에 새겨진 두 마디는 ‘잊지 말자, 그리고 기억하자’였다. 침몰의 정확한 원인은 지금도 여전히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참사 이후 다양한 차원에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근원적인 적폐(積弊)에 대해서는 분명한 문제제기가 나타났다.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은, 늦었지만 현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가능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되 뇌이며 다짐했던 외침이 ‘잊지 말자’였던 것이다.
데이터를 통해 살펴 본 결과에서도 우리 국민들의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은 드러나고 있다. 분석 대상 시기 내내 트위터와 뉴스 모두 세월호에 대한 지속적인 언급과 기사생산이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참사가 일어난 4월은 다른 시기에 비해 많은 언급이 나타난다. 특이한 양상을 보여준 것은 2014년 8월과 2016년 12월이었다. 해당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니 2014년 8월의 경우,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계기가 되었다. 교황의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광화문에서의 유민아빠 김영오씨와의 만남은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큰 위로를 가져다 주었다. 2016년 12월은 대통령 탄핵절차가 진행되던 시기이다. 탄핵이 논의되기 훨씬 이전부터 세월호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었는데, 이러한 내용이 탄핵 국면에서 부각되었던 것이다.
연관어 속에 나타난 진실, 유가족, 그리고 국가
이번에는 언급량이 급증한 주요 시기별로 트위터에 나타난 세월호 연관어를 통해 민심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해당 시기에 있어 언급량이 많았던 연관어들을 정리하였는데, 첫 번째 시기는 교황 방한 시기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시기는 참사가 일어난 달인 2015년과 2016년의 4월이었다. 그리고 세월호에 대한 언급이 급증한 마지막 시기는 대통령 탄핵이 일어났던 2016년 12월이다. 내용적으로 보았을 때, 각 시기별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연관어들을 볼 수 있었다. 참사 초기인 2014년 8월은 앞서 얘기한대로 교황의 방한이 주요한 연관어로 부각되었고, 이와 함께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에 대한 언급이 나타나고 있었다. 아울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요구도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2015년 4월에는 세월호 인양에 대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광화문에서의 집회와 함께, 사태수습과 진실규명이 늦어지는 점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 또한 나타나고 있었다. 2016년 4월은 무능한 정부에 대한 심판이 여소야대의 총선 결과로 나타났던 시기였고, 마지막 탄핵의 시기에는 참사 당일의 대통령 행적과 관련 인물들에 대한 언급을 볼 수 있었다.
시기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난 연관어들도 있었다. ‘유가족’, ‘박근혜’, ‘진실’, ‘광화문’, ‘국가’ 등이 그것이었다.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유가족들의 아픔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세월호 침몰의 원인과 구조 과정에서의 진실에 대한 진상 규명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지나온 시간 속에서 국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물음도 계속되었다.
대통령 선거가 5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국가란 무엇인가, 또 국민은 누구인가. 아울러 국민을 위한,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의 대통령은 어떠해야 하는가. 세월호를 중심으로 지난 3년간을 되돌아보는 작업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가늠할 수 없는 비극으로 다가왔지만, 올바른 선택을 위해 그간의 문제제기와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더해질 수 있다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귀중한 교훈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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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 출처: 트위터 자료는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를, 뉴스 기사자료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서비스를 이용함. 분석에 활용한 트위터 데이터는 2014년 4월 ~ 2017년 3월까지를 대상으로 각각 2,222만개 이상의 계정 이상의 계정에서, 뉴스 기사 데이터는 같은 기간 방송(MBC, SBS, YTN)과 주요 신문(한국일보, 경향신문 등 13개 매체)에서 추출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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