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SK, 롯데 등 주요 그룹 계열사들이 24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코스피 416개사와 코스닥 498개사, 코넥스 10개사 등 924개 상장사들의 주총이 한꺼번에 몰린 이날은 ‘메가 주총 데이’로 관심을 모았다.
재계 안팎의 이목이 가장 많이 쏠린 곳은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해 6개월 후 그 결과를 밝히겠다고 지난해 11월 공언한 삼성전자다. 이날 오전 서울 삼성그룹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제4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그러나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선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6개월이 되는 시점은 오는 5월 말이지만 권 부회장의 발언을 감안하면 부정적 결과가 예상된다. 총수 부재 상태에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추진하기 어렵고, ‘최순실 게이트’로 높아진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날 주총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처음 열린 주총임에도 약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한 소액주주가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한 사과가 없다”고 돌발 발언을 했지만, 이에 대해 권 부회장은 “불법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 결과는 기다려봐야 한다”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앞으로 “10억원 이상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은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1,000만원 이상은 사내 심의회의에서 검토해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권 부회장은 약속했다.
SK 역시 회사 이미지 개선에 적극 나섰다. 그룹 지주사인 SK㈜는 이날 주총을 열고 정관에 ‘회사는 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또 장동현 사장과 조대식 이사 등 주요 경영진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했다. SK 관계자는 “책임 경영을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SK텔레콤 주총에선 박정호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박 사장은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됐다.
관심을 모았던 황창규 KT 회장의 재선임 안건도 주총에서 의결됐다. 이에 따라 황 회장은 2020년까지 3년 간 더 KT를 이끈다. 아울러 황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임헌문 매스총괄 사장과 구현모 경영지원총괄 사장도 사내이사로 재선임돼 황 회장의 2기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올해도 주주배당이 이뤄지지 않았다. 2011년 주당 500원의 배당을 끝으로 6년째 무배당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성과를 냈으나, 한진해운 지원 등에 따른 여파로 당기순손실(5,913억원)은 전년 대비 더욱 확대됐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이날 올해 영업이익 목표액을 전년 대비 약 25% 줄어든 8,400억원으로 제시했다.
롯데쇼핑과 롯데건설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이날 주총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을 등기이사에 재선임하지 않아 퇴진을 공식화했다. 녹십자홀딩스는 이날 이사회와 주총을 열어 고(故) 허영섭 회장의 아들인 허용준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대표이사를 맡겼다. 허 부사장은 허은철 사장의 동생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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