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쉽게 접근, 파급력 강해
“적극적 여론 공작” 우려도 나와
22일 더불어민주당 경선 전국 동시 사전 투표가 마감된 지 불과 1시간 뒤인 오후 7시 민주당 의원들과 각 후보 캠프 관계자들의 카카오톡이 동시다발적으로 울려대기 시작했다. 특정 지역별 시군구에서 각 후보들이 얻은 득표수가 정리된 엑셀 파일 사진 등이 무차별로 전송되면서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엑셀파일을 캡처 한 내용을 그대로 적은 인터넷 기사가 속속 뜨기 시작했다. 각 캠프와 민주당은 부랴부랴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진상파악에 나섰지만, 이미 확인되지 않는 내용이 뉴스 타이틀을 달고 속수무책으로 퍼진 뒤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23일 “이번 대선을 가를 이른바 카톡 여론 공작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고 허탈해 했다.
가뜩이나 단축된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여의도 정치권에는 ‘카톡 비상령’이 떨어졌다. 빠른 전파성을 지닌 카톡을 기반으로 조작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광범위하게 나돌아 여론을 좌지우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출 파문에서도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현장투표 결과 자료들이 밤 사이 정치권은 물론 기업계 및 정보기관 종사자들 등 여론 주도층에게 급속도로 퍼져나갔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전 대표 측은 경선 참관인들이 1,000명 가량되는데다 개표 즉시 결과를 발표하지 않다 보니, 노출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 측은 “얼마 되지 않는 사전 투표로 문재인 대세론을 유포시켜 투표 의지를 꺾게 하려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작전이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번 유출 파문의 경위는 당 진상조사위 몫으로 넘어갔지만, 카톡을 통한 미확인 정보의 전파성은 여지 없이 확인된 셈이다. 카톡은 일반인들 누구나 손쉽게 사용하고, 친한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증권가 중심으로 유통됐던 정보지(지라시)가 일반인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돌아다니는 것 역시 카톡의 힘이다. 하지만 끼리끼리 소통하는 카톡이 결국 보고 싶은 정보만 보려는 심리를 더욱 강화해 진영 대립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기 위해 만들어낸 정보를 적극적으로 카톡 단체창에 유통시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선동전이 맹위를 떨칠 수 있는 정치 환경이라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이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여론을 호도했다면, 이번 대선에선 가짜뉴스를 퍼 나르는 카톡 여론전이 더 위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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