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동성 위기 대우조선에 1년5개월 만 추가 지원안 발표
정부가 2015년 4조2,000억원의 ‘혈세’를 쏟아부었던 대우조선해양에 1년5개월 만에 또다시 7조원 가까운 추가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권단의 3조8,000억원 규모 채무재조정에 성공하면 국책은행을 통해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대우조선이 이대로 망할 경우 59조원의 막대한 국가적 피해가 우려된다고 추가지원의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추가지원은 절대 없을 것”이란 그간의 공언을 뒤집은데다, 신규 지원으로도 대우조선이 살아날 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정부 스스로 구조조정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23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 방안’을 의결했다. 회사채 보유자와 시중은행 등 모든 채권자가 출자전환과 대출 만기연장 등 고통분담에 합의하면 2조9,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고, 이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을 조합한 프리패키지드플랜(일명 P플랜)을 진행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과 별개로 이번 지원방안은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정부는 2015년 지원안을 마련하면서 작년 대우조선 수주량을 115억달러로 전망했지만 현실은 10분1(약 15억달러)에 불과했다. “이번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한 번 헛발을 디딘 전망이 두 번째는 맞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게 사실이다.
“추가로 혈세를 쓰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란 그간 정부의 공언도 순식간에 허언이 됐다. “실물경제에 미칠 타격이 워낙 크다” “송구하게 됐다”는 해명이 뒤따랐지만, 세금 투입을 놓고 절대 무너뜨리지 말았어야 할 국민과의 신뢰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됐다.
지난해 정부가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냈을 때와 달리 대우조선엔 응급 수혈을 거듭 하는 것을 두고도 “결국은 대마불사(大馬不死)가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해운업에 비해 조선업은 고용 및 전후방 연관효과가 훨씬 커 파산시 후폭풍이 막대하다”는 이유를 든다. 2015년부터 이번 대책까지 대우조선에 직간접적으로 투입될 자금은 14조원이나 되지만 지금으로선 죽이는데 들어갈 비용(59조원)이 더 들어간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역시 그간 정부가 강조해 온 구조조정의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추가지원이 실현된다 해도 정부 스스로 “조선업황 회복을 점치는 건 매우 어렵다”고 할 만큼 여전히 대우조선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 “당장 소나기를 피하고자 무모한 모험을 감행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정부안은 유동성 조달에만 초점이 맞춰져 기업의 회생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엇보다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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