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농장주, 시장 상대로 가처분신청ㆍ본안소송 제기
“동물학대일 뿐”… 시는 “발병 위험 크다” 농장주 고소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예방적 살처분 범위에 포함된 동물복지농장 농장주가 살처분을 거부하면서 행정 당국과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예방적 살처분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온 첫 소송으로 결과에 동물단체와 농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주지법 행정합의부는 23일 전북 익산시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주가 익산시장을 낸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대해 첫 심문을 하고 농장주와 익산시의 입장을 들었다.지난 5일 참사랑 농장에서 2.1㎞떨어진 인근 육계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 이 농장의 닭들이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다. 실제 인근 농장 닭 85만마리는 모두 살처분 됐다. 하지만 농장주 유항우씨 가족은 "획일적인 살처분 명령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법원에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익산시는 예방적 살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유씨 등을 고소한 상태다.
익산시 측 변호인은 "이 지역은 25일간 6번의 AI 확진 판정을 받았고 절차적·실체적으로 예방적 살처분 명령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지역에서 추가 발병 위험이 큰 만큼 해당 농가는 살처분 명령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문에 앞서 동물보호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농장동물 살처분 방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은 이 농장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를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인근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5일을 기준으로 하면 잠복기(26일)가 경과하게 되고, 이는 발생 농장으로부터 조류독감이 옮겨질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완벽한 방역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마구잡이로 실시되는 예방적 살처분은 건강하고 멀쩡한 동물들을 죽이는 대량 동물학대일 뿐”이라며 “익산시는 농장주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강제집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선진국만 봐도 획일적으로 예방적 살처분을 하지 않고 이동제한이나 금지를 통해 조류독감의 확산을 방지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예방적 살처분 기준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조만간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이제껏 잠복기를 지켜보지 않고 무조건 예방적 살처분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사례는 그동안 과도한 살처분이 갖는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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