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곳 2만여세대 8년째 손발묶여
부동산 침체로 해제 요구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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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가 우후죽순처럼 벌여놓은 재개발사업이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수년째 지지부진, 몸살을 앓고 있다.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주민은 늘고 있으나 각 구역마다 이미 투입된 매몰비용이 상당해 난감한 처지다.
23일 수원시에 따르면 정부의 뉴타운 정책 등과 맞물려 2009년쯤까지 수원시내 21곳이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잇따라 지정ㆍ고시됐다. 전체 면적만 147만5,000여㎡, 계획된 공동주택은 2만3,000여 세대에 달한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8년여가 흐른 현재까지 사업이 진척된 지구는 손에 꼽을 정도다. 개발이 지연되면서 거주환경이 나빠지고, 가격에 거품이 낀 주택 거래가 실종돼 차라리 해제를 요구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 조원동 등 이미 9곳의 사업이 취소됐거나 해제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지동 등 나머지 8,9곳 주민도 협의회를 꾸려 지난주부터 시청에서 시위를 벌일 정도다.
추진 과정에서 책정된 감정가격이 만족스럽지 않은 주민도 많다. 한 주민은 “애초 재개발조합이 3.3㎡당 1,000만 원씩 보상해 주겠다고 했는데, 감정평가에서 뚝 떨어진 500만 원대로 책정됐다”며 “3.3㎡당 800만∼1,200만 원인 주변 시세보다 낮아 되레 손해”라고 했다.
주민 불만에도 해제가 쉬운 건 아니다. 의견이 엇갈리면 수원시가 조례로 정한 해제기준(토지 소유자 등 50%이상 반대)을 충족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수원시의회가 이 기준을 완화하는 조례를 추진하고 있으나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조합을 청산한다 하더라도, 그 동안 투입된 사무실 임대료와 용역비 등 매몰비용을 정산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시에는 벌써 서둔동 2곳(113-1, 113-3)이 각각 10억6,000만원과 33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보전을 요구한 상황이다. 지난 2014년 시가 마련한 ‘정비사업 추진위원회 및 조합 사용비용 보조기준’ 대로 검증 액의 30% 이내에서 최대 12억 원까지 보조하려면 수십억 넘는 재원이 필요하다.
수원시 관계자는 “사업이 되는 곳은 서두르고, 부진한 곳은 감정평가 금액 등을 검증해 주민이 동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노력하고 있으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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