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영화 ‘광장’ 중 ‘광장의 닭’ 제작 황윤 감독
“닭은 아무 잘못 없는데 혐오 넘쳐… 뭇 생명 존중을”
동물과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황윤(45) 감독이 이번엔 ‘닭’을 주제로 들고 나왔다. 그는 독립영화 감독 10명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친 광장의 목소리를 꼼꼼하게 기록한 옴니버스 영화 ‘광장’ 중 ‘광장의 닭’ 편을 제작했다.
황 감독은 23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광화문 광장을 메운 사람들이 닭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다루고 나아가 비인간 동물까지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광화문 광장 속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닭에 비유하면서 닭에 대한 혐오가 넘쳐나는 현상에 주목했다. 닭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닭 인형은 바닥에 나뒹굴고 ‘닭 잡고 닭 먹자’, ‘닭치고 하야’ 등 닭에 대한 욕설과 비난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은 닭을 먹으면서 혐오하고, 또 정유년 붉은 닭의 해를 맞아 칭송하는 모순된 시각을 갖고 있다”며 “비인간 동물에 대한 존중 없이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외칠 수 없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음껏 비판하고 싶은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일상화 된 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혐오는 사람들이 부여한 것이며, 실제 닭은 매우 영리하고 인간과 교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닭이 처한 현실은 공장식 축산에서 고통 받고 조류인플루엔자(AI)로 대량 살처분 되고 있다고도 했다.
황 감독은 “소수자, 비인간 동물 등 약자에 대한 차별과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며 “모든 차별에 대해 반대하고 뭇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한 존재에 대해 저지를 수 있는 폭력에 대해 인식하고, 이를 구체적 일상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얘기다.
“중산층, 빈곤층, 제3세계 아동 등 사람 문제부터 먼저라는 시각도 많습니다. 하지만 단계별로 개선해야 한다면 학대 받고 고통 당하는 동물들의 복지는 언제 실현될 까요.”
옴니버스 영화 ‘광장’은 24일 서울 홍대에서 개최되는 인디다큐페스티발을 시작으로 다음달 대구에서 열리는 대구사회복지영화제에 출품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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