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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꽃놀이’ 허공을 수놓은 순간의 미학

입력
2017.03.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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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아름다운 파편이다. 엄청난 충격과 반작용으로 창조된 구(球)의 변형들이 일제히 허공으로 퍼져 나간다. 영롱한 빛깔이 크리스털처럼 매끄러운 표면을 감싸는 순간 시간은 정지했다. 자유낙하와 예측불허의 충돌이 만들어낸 조형물은 허공에 머문 채로 신비롭다.

나도 모르게 빠져든 공상의 세계 어딘가에서 문득 익숙한 느낌과 맞닥뜨렸다. 부딪치고 일그러져 깨어지는 동시에 하나로 뭉쳐 흐르는, 신비한 조형물의 정체는 물이었다.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았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물 부족 현상과 수질오염을 막고 그 소중함을 새기기 위해 1993년 유엔이 제정한 기념일이다. 없어선 안될 존재이면서도 존재감이 왠지 부족한 물을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색깔도 냄새도 정해진 형태도 없는 물은 허공에 머무는 순간 비로소 그 실체가 뚜렷해졌다. 빨강 노랑 파랑 조명이 더해지며 그간의 기억과는 다른 존재감을 발산한다. 불규칙하게 튀어 올라 산산이 부서지는 물방울의 축제는 1초를 250등분 해놓은 짧은 순간 절정에 이르렀다 사라진다. ‘물의 날’을 자축하는 화려한 ‘물꽃놀이’는 그렇게 한참을 이어졌다.

허공에 뿌려진 물방울은 그 자체로 공상의 세계다. 나른한 빛이 투과하며 넓고 엷게 변신한 물방울이 시공간을 초월하는 통로 ‘웜홀(Wormhole)’ 보이고, 판타지 영화의 주인공처럼 가까스로 도착한 어느 황량한 별에선 외눈박이 우주생물을 만날 수도 있다.

우유방울이 만들어낸 순간의 인상 역시 환상특급을 탄 듯 기이하다. 달 표면에 우뚝 선 미래의 우주기지와 기하학적인 모양의 비행접시를 보는 듯한 착각도 흥미롭다. 상상 속을 헤매던 시선은 우유방울이 충돌 직전 만들어낸 숨막히는 조형미 앞에 멈춰 섰다. 물과 공기와 중력, 그리고 찰나가 만들어낸 장면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촬영 방법

왠지 어려워 보이는 작품이라도 제작 과정을 알면 이해가 쉽다. ‘밥 아저씨’로 잘 알려진 서양화가 밥 로스(Bob Ross)는 TV프로그램에서 물감을 묻힌 붓이나 나이프를 몇 번 쓱싹쓱싹 문질러 제법 근사한 그림을 그려 보였다. “어때요, 참~ 쉽죠?”라는 그의 마무리 대사는 누구나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대단한 장비와 기량이 필요해 보이는 ‘물꽃놀이’ 사진도 알고 보면 별 것 아니다. 촬영 방법을 간단히 소개한다.

‘물꽃놀이’ 촬영은 물 위에 떨어진 첫 번째 물방울이 튀어 오르면서 두 번째, 세 번째 물방울과 충돌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핵심이다.

①순간적으로 변화하는 물방울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250분의 1초 이상의 빠른 셔터속도를 갖춘 카메라가 필요하다. DSLR이든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든 관계 없지만 셔터속도가 느리면 깨끗한 ‘정지’ 장면을 잡아낼 수 없다.

②다음은 렌즈다. 매우 작은 크기의 물방울을 제대로 촬영하려면 접사(Close-up)렌즈가 필수다. 일반 렌즈를 사용할 경우 여백 대부분을 잘라내야 하므로 해상도 손실이 크고 색조 표현력도 떨어진다.

③자연스런 색감과 순간포착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플래시도 준비한다.

④카메라를 고정할 수 있는 삼각대와 릴리즈 셔터는 화면의 흔들림을 방지해 준다.

이제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자.

⑤접시나 와인 잔 등에 담긴 물 표면의 한 지점에 포커스를 고정한 다음 카메라의 셔터스피드를 250분의 1초, 조리개는 F8 이상으로 세팅 한다.

⑥포커스가 고정된 지점에 물 두세 방울을 스포이드로 연속해서 떨어뜨리며 셔터를 누른다.

몇 차례 시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리듬감이 생긴다. 하나 둘~ 찰칵! 하나 둘~ 찰칵! 물 보다 점도가 높은 우유는 촬영이 더 쉽다.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겼으면 다양한 색깔의 배경이나 조명을 하나씩 적용해본다.

물방울 촬영, 참~ 쉽죠?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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