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명 VS 250명.
23일 오후 8시35분(한국시간) 중국 창샤 허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벌어질 한국과 중국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에 입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 팀 관중 숫자다.
허룽 스타디움은 4만석 규모다. 입석까지 합치면 최대 5만5,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지만 중국축구협회는 안전을 위해 이번 경기는 3만1,000명으로 제한했다.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경기장 근처에 가면 입장권을 비싼 값에 되팔기 위해 ‘표를 사겠다’는 푯말을 든 암표상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은 ‘붉은 악마’ 원정 응원단과 현지 교민, 고속철도로 1시간 30분 거리인 우한에서 넘어올 교민까지 합쳐 250명 정도 될 전망이다. 경기 당일 중국 공안 1만 명이 투입돼 철통 경비를 선다. 한국 응원단 좌석은 공안이 완전히 둘러싸 ‘인의 장막’으로 중국 관중과 완전히 분리한다. 2004년 이곳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아테네 올림픽 최종예선(2-0 승) 뒤 흥분한 중국 관중이 던진 금속에 한국 응원단이 맞아 머리에 피를 흘리는 사건이 있었다. 중국이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는 이유다. 한국 취재진도 보호를 받는다. 중국축구협회는 경기 당일과 전날 한국 취재진을 위해 호텔과 스타디움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한국어가 가능한 현지 연락관까지 고용해 취재진 인솔을 맡겼다.
창샤 거리에 나가 보면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반한 감정을 별로 느낄 수가 없다. 오히려 시민들은 하나 같이 친절하다. 하지만 현지 교민들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창샤 인구 700만 명 중 한국 교민은 약 300명이다. 마오쩌둥의 모교인 후난제1사범학교에 다니는 유학생이 많은데 이들 중 상당수가 경기 당일 응원 오길 머뭇거리고 있다. 최근 한국인을 향한 싸늘한 시선을 피부로 직접 느꼈기 때문이다.
한ㆍ중전은 경기 초반이 승부처다.
안방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중국은 아주 거칠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울리 슈틸리케(63독일) 한국대표팀 감독은 22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리피 감독 부임 후 중국이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작년 9월 1차전(3-2 승)과는 다른 경기가 될 것이다”며 “전술적인 부분은 물론 강한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정신적인 준비도 돼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이 예상되는 홍정호(28ㆍ장쑤 쑤닝)와 장현수(26ㆍ광저우R&F)의 어깨도 무겁다. 한국은 앞서 최종예선 5경기에서 6골이나 내줬다. 실점이 수비수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기록만 보면 수비는 낙제점이다.
홍정호는 작년 10월 카타르전(3-2 승)에서 극도로 부진한 경기 끝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해 팀을 위기에 빠뜨렸다. 중국 프로축구로 간 뒤 기량이 떨어졌다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장현수는 올 시즌 중국 프로축구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국적 상관없이 비중국인 선수 3명만 출전 가능)이 바뀌면서 현재 경기를 전혀 못 뛰고 있어 대표팀 발탁 후 ‘감각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들었다. 하지만 홍정호는 “카타르전에서 잃은 것도 많지만 배운 점도 많다. 지난번과 다를 것이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장현수도 “경기력으로 논란을 잠재우겠다”고 다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 리그에서 못 뛰고 있는 선수들이 내일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소속 팀에서 베스트11에 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할 것이다”고 힘을 불어넣어 줬다.
창샤=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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