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기관ㆍ단체 이전 지지부진
덩달아 상가 형성도 지연
비싼 땅값에 이전 희망 59% 불과
신도시 조성 경북개발공사 책임론 대두
경북도청이 대구 북구 산격동에서 경북 안동시ㆍ예천군 접경지역으로 이전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신도시 형성은 지지부진하다. 경북도 유관기관의 상당수가 비싼 땅값 등을 이유로 이전을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져 신도시 조성을 시행한 경북개발공사의 책임론이 일고 있다. 부진한 신도시 조성실태와 원인을 2회에 걸쳐 심층분석한다.
지역 주민과 경북도ㆍ도교육청 직원 등에 따르면 경북도청 신도시는 아직도 ‘나홀로’ 도시로 남아 있다. 신도시로 진입하면 오른쪽에 전통 한옥양식으로 지은 경북도교육청과 경북도의회 경북도청이 잇따라 나타난다. ‘궁궐’같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면서 이전 후 지금까지 75만 명이 구경할 정도로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주거지역인 예천 쪽 아파트단지와 인접한 상업용지에는 상가입주 분양 현수막과 도로를 따라 문을 연 가게 등 신도시가 형성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해까지 현대아이파크 등 4개 아파트단지 1,931 가구가 준공했고, 올 상반기에 1,763가구, 하반기에는 1,963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이다. 주거단지를 제외한 업무ㆍ상업시설 지구는 일부 신축건물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은 썰렁한 들판으로 남아 있다.
경북도는 2027년까지 3단계로 나눠 1단계로 2015년까지 도청을 중심으로 4.73㎢ 부지에 행정타운을 조성해 주거 및 유관기관을 입주시키기로 했다. 이어 2단계 2015∼2020년 도시활성화단계, 3단계 2021∼2027년 도청신도시 완성단계로 추진했다.
하지만 목표한 1단계가 1년 이상 지난 2월 말 현재 신도시 주민등록상 인구는 3,300명, 거주민은 모두 4,200명에 불과하다. 당초 목표 2만5,000명의 17%에 불과하다. 경북도와 도의회, 도교육청 등 호화청사 건립은 성공적이지만 도시 조성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단계 7만명, 3단계 10만 명의 명품자족도시 건설은 이대로라면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경북도는 2012년 충남도청이 이전한 내포신도시가 이전 1년 후 인구가 2,300여 명이었다며 자위하고 있지만, 부진한 신도시 조성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조현일(경산) 의원은 “도청 신도시가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학교 병의원 상가 주택 등 정주여건, 상하수도 진입도로 접근성 등 기반시설 및 유관기관과 단체의 이전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지부진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시 조성이 더딘 것은 무엇보다 유관기관 및 단체의 이전이 답보상태이기 때문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 유관기관 및 단체는 219개로, 이 중 대구에 있는 이전대상 기관ㆍ단체는 138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전 희망 기관ㆍ단체는 82개(59%)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전 효과가 큰 도 직속기관은 5곳 중 1곳, 정부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은 8곳 중 2곳만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
이전 희망 기관도 언제까지 옮길지 기약하기 어렵다. 82개 중 32개는 올 연말까지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며, 24개는 내년, 나머지는 2019년 이후로 잡고 있다. 특히 일부 기관은 겉으로만 이전하겠다고 하면서 교육 등 부실한 정주여건과 비싼 땅값을 이유로 신도시를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관이 이전하지 않으면 인구 10만의 자족도시 건설은 실현 불가능한 계획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세종신도시 등 신도시는 초기 정주여건 부족으로 도시 형성이 지체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경북도청 신도시에는 다른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도시기반시설이 부족한데 땅값이 너무 비싸 가고 싶어도 못 간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북개발공사가 1단계 지역 부지를 공급하면서 유관기관과 단체에 대해 ‘공공성’을 인정하지 않고 경쟁입찰로 공급하는 바람에 부지매입을 어렵게 했다는 지적이다.
조 의원은 “신도청 1단계 조성에 따른 토지보상가는 3.3㎡에 평균 10만2,000원, 조성원가는 102만원이었지만 입찰예정가는 상업용지 549만원, 특화상업용지 405만원, 공동주택지 150만원이고 낙찰가는 평균 1.7배에 이르는 등 거의 폭리 수준이다”며 “수익을 좇는 투기세력들은 할말이 없겠지만 도시형성을 위해 필수적인 유관기관ㆍ단체들에겐 재앙이나 마찬가지”라고 피력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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