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30분 세월호 선체가 해저면에서 약 1m 인양됐다.”
이철조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22일 오후5시30분 전남 진도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3년간 바다 밑에 묻혀 있던 세월호가 인양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순간이다.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세월호 시험 인양이 5시간 30분 만에 가시적인 첫 걸음을 뗀 것이다.
이 단장은 이어 “현재 잠수사를 통해 육안 확인을 하고 있으며, 선체가 해저면에서 뜬 것이 확인되면 이후 선체의 수평을 맞추는 하중 조절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수부에 따르면 상하이샐비지는 이날 낮 12시20분 잭킹바지선과 세월호 선체를 연결한 인양줄(와이어)에 단계적으로 천천히 힘을 주는 인장력 시험을 완료했다. 이어 낮 12시30분부터 각 인양줄에 걸리는 인장력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공정을 벌이면서 세월호 선체와 해저면 사이를 벌리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오후 3시30분 잭킹바지선에 부착된 감지 센서 모니터링 과정에서 세월호가 해저면에서 1m 가량 인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시험 인양은 순조롭게 끝났지만 이날 낮 12시 안팎이면 시험 인양 결과가 나올 것이란 예상과 달리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지 않으면서 한때 시험 인양이 실패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 19일 인양줄 장력 테스트 등 막바지 작업이 끝난 만큼 작업 시작 후 2~3시간 후면 시험 인양 성공 여부와 본 인양 착수 시점이 발표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해수부 관계자도 “산모로 치면 초산을 치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시험 인양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우선 변덕을 부린 기상 여건 때문이다. 해수부와 상하이샐비지는 오전 6시 호주ㆍ아시아지역 기상예측 전문기관 OWS(Offshore Weather Service)로부터 22~24일 날씨가 양호할 것이라는 정보를 받은 뒤 전문가 협의를 거쳐 시험 인양 시도를 결정했다. 그러나 전날 갑작스럽게 풍랑주의보가 발표된 데다 새벽까지 기상 여건이 썩 좋지 않아 사전작업 착수 자체가 늦어졌다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시험 인양의 핵심 작업인 하중 배분과 선체 자세, 와이어 이상 유무 등을 확인하는 시험도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이 단장은 “인양줄에 걸리는 힘을 단계적으로 상승시키고, 선체 하중을 계산하는 작업을 계속 반복하면서 작업이 다소 지연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선체가 약간 기울어져 있어 하중을 다시 계산해 선체를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선체가 어느 정도 기울어져 있는지 세부 상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세월호를 해저면에서 들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본 인양 착수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 단장은 “향후 남아있는 인양 공정과 기상 여건을 감안해 본 인양 시점을 결정하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본 인양에 바로 착수하지 않을 경우 1m 가량 들어올린 선체를 다시 내려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수부와 상하이샐비지는 언제든 본 인양에 돌입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이날 밤 늦게까지 작업을 이어갔다. 진도=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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