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후보경선 과정에서 튀어나온 네거티브 공방의 책임을 놓고 주자들끼리, 또는 지지자 그룹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상처를 주는 목소리를 높여 볼썽사납다. 급기야 과거 한솥밥을 먹던 상대 진영에 배신감까지 느끼며 격하게 반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특정당의 내부 논란, 혹은 경선에 따른 불가피한 갈등이라고 해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은 대선정국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유력주자들의 위상과 언행이 절대적으로 크고 무겁기 때문이다.
감정적 논란의 발단은 이른바 '전두환 표창장'이다. 문 전 대표가 경선토론회에서 자신의 건강한 대북관을 보여 주려고 들고 나온 특전사 시절 사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반란군의 우두머리였던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고 얘기한 대목이다. "이게 뭐지"라는 불편한 느낌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전후 맥락과 분위기상 가볍게 넘어갈 사안을 과도하게 문제삼아 논란을 키운 것은 안희정 충남지사 쪽이다. 자랑해서도, 자랑스럽지도 않은 일을 자랑처럼 내놓은 문재인 캠프의 상상력이 문제라고 해도, 이를 광주항쟁과 연결시킨 것은 터무니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안 지사는 그제 TV토론에서 문 전 대표와 얼굴 붉히며 네거티브 책임 공방을 벌였다. 그 후 페이스북에 올린 '문 후보와 문 진영의 비뚤어진 태도에 대해'라는 글에서 "그들이 타인을 얼마나 질리게 하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느냐"며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냉정하며, 자신의 발언은 정책비판이고 타인의 비판은 네거티브라는 태도로는 정권교체도, 성공적 국정운영도 불가능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후보의 실언을 문제삼은 안 지사 진영에게 욕설 일색의 문자폭탄을 날리는 이른바 '문빠'와 이를 말리는 척 방치하는 문 전 대표에 대한 섭섭함의 표현이다.
안 지사의 격앙된 반응은 단순히 네거티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문 진영의 패권주의적 행태에 말 그대로 '질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문 전 대표는 맏형 혹은 '원팀(One Team)'을 얘기할 뿐, 가짜 뉴스 해프닝으로 진실성 논란까지 낳은 캠프의 잘못을 시인하거나 지지자들의 절제와 품격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낸 적이 없다. 5ㆍ18 유가족들의 항의에 놀라 "헌법 전문에 5ㆍ18 민주화운동 정신을 기록하겠다"고 답한 것은 그의 리더십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는 게 목표인지,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게 목표인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대세론을 탄 사람의 숙명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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