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혼인(결혼) 건수가 30만 건 아래로 급감하며, 연간 결혼 건수가 4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는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에 달했다. 취업 절벽이 결혼 기피로 이어지고, 결혼 절벽이 다시 출산율 저하로 이어져 인구 절벽이 되는 양상이다.
22일 통계청의 ‘2016년 혼인ㆍ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 건수는 28만1,600건으로, 2015년(30만2,800건)에 비해 7.0% 급감했다. 이 같은 결혼 건수는 1974년(25만9,100건) 이후 가장 적은 것이다. 결혼 건수가 가장 정점을 찍었던 96년(43만4,900건)과 비교하면 64.8% 수준이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은 5.5건으로 전년(5.9건)에 비해 0.4건 감소했다. 이는 7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후 46년 만에 가장 낮은 비율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악의 ‘결혼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은 초혼 연령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2.8세, 여자 30.1세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의 평균 초혼 연령이 남자 33.2세, 여자 31.0세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인이 외국인과 결혼하는 국제결혼도 줄고 있는데, 외국인과의 혼인 건수는 지난해 2만6,000건으로 2015년에 비해 3.2% 감소했다.
줄어든 결혼 건수는 이혼 건수 감소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해 이혼은 10만7,300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5년(10만9,200건)에 비해 1.8% 감소한 것이다. 통상 결혼 후 5년 이내 부부의 이혼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결혼 건수 자체가 줄면서 이혼도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진 것이다.
통계청은 결혼 감소의 원인을 ▦구조적 요인 ▦시기적 요인 ▦인식의 변화 등으로 설명했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주요 결혼 연령대인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며 “청년층 실업률이 오르고 전월세 가격 지수 등이 높아지는 것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과거와 달리 결혼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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