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을 넘어 대세가 됐다는 술 마시는 책방, 내 취향에 맞는 곳은 어디일까?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4명이 ‘음주 독서’가 가능한 곳을 찾아 글 맛과 술 맛을 함께 느껴봤다. 각자 취향에 맞는 책맥 카페를 찾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기자들이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를 해보았다(별점=★ 5개 만점, ☆는 반 개)
▦독서도 식후경이라는 독자에게_비플러스 (조태성)
B+는 학점이 아니라 '북 플러스'를 의미한다. 2010년 개장한 '원조' 책맥쯤 된다. 3,000여권의 책은 직원들이 좋아서 추천한 책이다. 커피ㆍ차ㆍ주스ㆍ디저트ㆍ칵테일은 물론, 글뤼바인과 위스키에다 간단한 식사까지 있다. 자체개발 메뉴가 많다. '맥'만 보자면 '사무엘 아담스'에다 '사무엘 아담스 스프링 라거'를, 체코 맥주인 '필스너 우르켈' 에다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도 가져다 놓는 식이다. 이 정도면 금강산만큼이나 책도 식후경이다. 신난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395-204. (02)3143-0905
별점: ★★★★★ 한줄평 : 먹다가 책 잊겠다.
▦음반제작사가 만든 북카페 파스텔 (이윤주)
음반제작사 파스텔 뮤직이 만든 카페. 제작사 대표가 선곡한 음악이 공간을 압도해 낮에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만든다. 카페와 함께 서점 프렌테, 유희경 시인이 운영하는 시집 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이 한 공간에 3종 세트로 구비된 게 특징. 최근 문을 연 합정점도 3종 세트로 운영된다. 시인, 편집자, 음악인 등 ‘예술 하는 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의 강연, 시 낭독행사도 종종 열리는데, 수제맥주 제조사 더부스가 이 행사들을 신제품 테스트장으로 삼아 가장 핫한 맥주를 맛 볼 수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로 22-8 3층. 070-7542-8972
별점: ★★★★☆. 한줄평: 애매한 위치 빼곤 모든 게 다 갖춰진 곳.
▦독서 음주 광합성의 삼중 콜라보_카페 창비(이윤주)
문학출판사 창비가 운영하는 술 먹는 서점. 장서는 모두 창비에서 발간한 책이고 수제맥주 맛은 이태원에서 흔히 먹던, 맥주보다 안주에 방점이 찍힌 ‘맛집’의 수제맥주 맛이다. 서점 특성상 샐러드 같은 단출한 안주만 갖춰져 아쉽다. 1층 한 켠 통유리 벽 옆에 놓인 1인용 소파는 위치가 환상적이라 어떤 시간대에도 햇빛을 직접 받지 않고 창 밖 보며 ‘멍 때리기’를 할 수 있다. 독서, 음주, 광합성을 동시에 하고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술 먹기 너무 밝다는 게 함정.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2길 7 (02)322-8626
별점: ★★★★. 한줄평: 밤에도 ‘대낮 같은 혼술’을 마실 각오가 있다면 도전.
▦술 먹는 책방 원조_북바이북(최문선)
술 파는 서점의 원조 격이자, 동네 사랑방 같은 따뜻한 공간. 몇 시간이고 조용히 책 읽고 싶은 이, 소음에 예민한 이라면 호ㆍ불호가 갈릴 듯. 1층에선 설거지 소리를, 지하 공간에선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를 견뎌야 한다. 주말과 저녁엔 작가 번개, 라이브 공연, 취미생활 원데이 클래스가 번갈아 열린다. 행사 한두 시간 전엔 자리를 비워 줘야 하니 스케줄 확인은 필수. 서가는 말랑말랑한 베스트셀러 위주다. 생맥주와 커피 맛은 지극히 평범하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19-4. (02)308-0831
별점: ★★★. 한줄평: 책맥 카페보다는 동네문화센터.
▦4월부터 본격 ‘술 먹는 서점’ 변신 북티크 서교점 (이윤주)
단계별, 장르별 유료 독서모임이 활성화돼 혼자 놀기 적적한 입문자들이 ‘술 마시며 책 읽기’를 시도하기 좋은 곳. 단 독서실 같은 분위기 때문에 맥주보단 커피가 어울리는 카페라는 게 함정이다. 4월부터는 생맥주, 와인, 칵테일 등을 제대로 갖추고 저녁에는 조도를 한껏 낮춰 본격 ‘술 먹는 서점’으로 변신할 계획이다.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88. (02)6204-4772.
별점: ★★★ 한줄평: 책맥하기에 아직 분위기는 심히 엄숙.
▦입문 츤데레에게 적격_퇴근길 책한잔 (이윤주)
테이블이 단 한 개라 처음 혼자 가면 ‘책맥’하기 민망한 곳이다. 능글맞은 주인장이 말 걸고 술 권할 거라 심심하진 않겠지만. 독립출판물이 8할인 주인장의 북 큐레이션이 당신의 취향에 맞다면 동네 방앗간처럼 들릴 수 있는 곳. 술 먹고 독서 토론하다 필받으면 포장마차로 2차를 가기도 한다. 이런 퇴폐적인 분위기를 갖추고도 술은 병맥주와 잔 와인만 판다는 게 가장 아쉬운 점. 서울 마포구 염리동 9-60. 010-9454-7964
별점: ★★★. 한줄평: 술 맛보다 사람이 그립다면 가볼만한 곳.
▦퇴근길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_꿈꾸는 옥탑(양진하)
처음엔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늘어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생긴 ‘애프터 독서모임’용 북카페였다. 그런데 이제는 퇴근 후 혼자 오는 손님이 더 많아졌다. 콘셉트도 하루 1~2시간 편하게 쉬고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정했다. 장서규모는 250권 정도로 많지 않지만 짧게 훑을 수 있는 산문집을 펼치기 좋다. 술 맛에 중점을 두지 않은 곳이므로 생맥주보단 병맥주를 추천한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57-25. 070-8225-6516
별점: ★★★☆. 한줄평: 술 맛보단 분위기로 찾기 좋은 곳.
▦서점이야 북카페야? 대기업이 운영하는 문화공간_북파크(양진하)
인터파크에서 운영하는 북파크는 한강진 블루스퀘어 2, 3층에 마련된 ‘복합문화공간’이다. 도서 10만여 권이 구비 돼 있고 3층은 과학, 예술에 특화된 도서로 꾸몄다. 서점 저리 가라 하는 압도적 규모에 도서검색기능까지 갖췄지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 공간은 완전히 분리 돼 있다. 와인을 마시며 독서하고 싶다면 책을 구매해 햇살 좋은 테라스 카페로 나가야 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94 (02)6267-2019
별점: ★★★. 한줄평: 음주 독서보단 일하기 좋은 카페를 찾을 때.
<평가 참가자>
조태성 기자: 먹는 건 배부르면 족한 40대男.
최문선 기자: 고독을 좋아하는 북바이북 동네 주민.
이윤주 기자: 까칠한 욜로 30대 女
양진하 기자: 혼자서도 잘 놀지만 혼술은 어려운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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