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제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짧은 입장을 밝힌 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입장을 밝힌 위치는 이른 바 포토라인(photo line)이라고 불리는 지점이었다. 청사에 출두하는 인사가 잠깐 멈춰 서서 사진 취재에 응하고 심경을 밝히는 이 곳은 신문과 방송을 막론하고 모든 대한민국 언론에 의해 포토라인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본 의미로 포토라인은 취재 대상자가 취재진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자세를 취하는 구간에 구획하여 둔 금이나 줄이다. 과잉 취재를 방지하고 취재 대상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것인데 삼각형 모양으로 길게 선이 쳐져 있다 보니 언론에서 포토라인이라고 명명해 불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 출입 기자의 신사협정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 만의 독특한 언론 문화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포토라인은 표준국어대사전 등재된 단어는 아니지만 개방형 사전인 ‘우리말 샘’에는 올라와 있는 외래어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이 표현을 원어민들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포토라인은 콩글리시인 것이다.
포토라인이라는 용어를 대체해 줄 만한 영어 단어는 없는 것 같다. 서양에는 검찰에 출두하는 증인(witness)이나 용의자(suspect)를 사진 촬영하는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포토라인을 적절히 표현하자면 the designated photographers’ area(지정된 취재진 구역)나 the photographers’ area(취재진 구역) 등이 될 수 있겠다.
이렇듯 타국의 언어인 영어를 우리의 삶 속에서 발 빠르게 녹여 내는 한국인들의 기지 이면에는 어떤 사고방식이 자리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면, 우리 한국인들은 한자 문화권에 속해 영향을 받다 보니 두 개의 단어를 하나로 합쳐서 콩글리시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포토라인도 포토와 라인을 합성해 만든 산물이다.
이와 비슷한 콩글리시의 예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폴리페서(polifessor)의 경우를 보자. 폴리페서는 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가 합해진 말로,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현직 교수를 이르는 말이다. 샐러리맨(salaryman)도 있다. 봉급에 의존하여 생계를 꾸려 나가는 사람인 봉급 생활자를 뜻하는 이 단어는 worker(근로자), clerk(회사의 직원)이나 salesperson(판매원) 등으로 표현하면 무난할 것이다. 샐러던트(saladent)는 또 어떤가? ‘공부하는 직장인’을 의미하는 샐러던트는 샐러리맨과 학생을 뜻하는 student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많은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콩글리시인 핸드폰(handphone), 그랜드 오픈(grand open: 어떤 행사 등을 거창하고 웅장하게 시작하는 것), 오토바이(autobike) 등의 표현들도 이러한 사례들에 해당한다. 바르게 쓰려면 핸드폰은 cell phone이나 mobile phone, 그랜드 오픈은 grand opening, 오토바이는 motorbike라고 해야 한다.
안성진 코리아타임스 어학연구소 책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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