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지연아동 상담치료 중단에
학부모 “새 센터 적응 등 난감”
복지관 “바우처 받는 기관 많아”
“이제 겨우 마음 맞는 선생님을 만났는데 문을 닫는다니요. 우리 아이는 그럼 어쩌나요?”
부산에 사는 김미숙(가명)씨는 지난달 중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또래보다 말이 느리고 자폐 증상이 있는 아들 주현(가명ㆍ3)이가 1년 째 주 3회씩 언어ㆍ놀이치료를 받던 아동가족상담센터가 올해 12월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었다. 주현이의 담당 치료사도 김씨에게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해 이달 말까지만 수업을 진행한다고 알렸다. 김씨는 “일반 학원이라면 다른 곳을 알아보면 그만이지만 주현이처럼 발달이 느린 아이들은 치료사와의 지속적인 관계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다른 센터에선 적응을 못하다 겨우 찾은 곳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국내 최대 아동복지재단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운영하는 부산종합사회복지관이 정부 위탁을 받아 발달지연 아동들을 대상으로 14년간 꾸려온 상담치료사업을 갑자기 중단하기로 해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복지관 측이 재정난을 중단 이유로 들면서 “대규모 복지재단이 수익을 운운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정부의 발달재활서비스지원(바우처 제도)을 일부 받아 운영돼 온 이 아동가족상담센터는 현재 수강생이 80여명에 이른다. 정서 및 언어발달이 지체된 아동들은 이곳에서 길게는 4~5년씩 관련 치료들을 받는다. 대중에게 친숙한 대규모 복지재단이 운영하는데다 시설 등이 인근 사설 센터에 비해 쾌적하다고 알려지면서 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부산시 16개 시군구 내에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99개에 달하지만 거리 및 아이와 맞는 스케줄 등을 고려해야 하는 부모들은 선택지가 한 두 군데에 불과하다고 토로한다. 이 센터의 치료사 A씨도 “일반 사설센터도 아닌 이 정도 규모의 복지재단이 수익을 운운하며 특정서비스를 중단하는 경우를 지금껏 본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복지관 측에선 정부의 바우처 지원을 받는 기관이 십여년 새 꾸준히 늘어난 만큼 더 이상 치료서비스를 지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최근 3~5년 동안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해 도저히 운영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신 빈곤가정 지원 사업 등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복지관 운영주체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측 관계자 역시 “학부모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상담센터 안내 등을 도울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 바우처 제도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도입된 만큼 사업 주체가 운영을 중단한다고 해서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서울 시내 한 복지관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복지사업이라 해도 수익 등 운영 상의 문제가 있으면 바로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고 이런 결정이 결국엔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발달지연 아동 등 교육의 지속성이 특히 중요한 경우 보다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진우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 위탁 사업이라 해도 운영주체의 판단에 따라 서비스 제공을 결정하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금보다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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