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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음악 사춘기 왔죠”

입력
2017.03.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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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 듀오 악동뮤지션도 싸운다. 다만, 서로 욕을 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김종진 인턴기자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도 싸운다. 다만, 서로 욕을 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김종진 인턴기자

‘돌덩어리로 태어났다면 이리저리 치이고 떼굴떼굴 떨어지고 말 텐데’.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이찬혁ㆍ21, 이수현ㆍ18)의 노래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2016)의 가사입니다. 제목처럼 이찬혁이 문득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노랫말엔 동요 같은 순수함이 가득합니다.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멋 부리지 않고 풋풋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악동뮤지션입니다. 두 남매를 보면 노래 ‘어머니와 고등어’를 낸 형제 밴드 산울림이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악동뮤지션은 비슷한 또래의 가수들에서도 찾을 수 없는 ‘건강한 노랫말’이 장점이죠. 독특한 이야기의 원천이 궁금했습니다. 몽골의 푸른 초원에서 뛰어 놀아 순수한 걸까요(남매는 선교사인 부모님을 따라 몽골로 건너가 5년 동안 살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산울림 노래를 듣고 자라 서정적인걸까요. 악동뮤지션을 본보 문화 기획 ‘나를 키운 8할’ 코너의 주인공(18일자ㆍ15면)으로 선택한 배경입니다.

남매를 직접 만나 창작의 성장판이 열린 결정적 계기를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답이 나왔습니다. 이찬혁은 래퍼 타블로의 앨범 ‘열꽃’을 작사의 중요성을 일깨운 작품으로, 이수현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동명 주제곡을 가수의 꿈을 키운 곡으로 각각 꼽았습니다. 이찬혁의 답이 뜻밖이었습니다. 타블로의 ‘열꽃’ 수록곡은 전반적으로 가사가 날카롭고 어둡습니다. 밝고 긍정적인 노래를 주로 썼던 청년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습니다. “제가 그렇게 밝지만은 않아요, 하하하.” 의외의 말은 계속됐습니다. “제게도 어두운 세계가 있죠.”

창작 얘기로 화두가 옮겨지자, 그의 ‘그늘’이 살짝 드러났습니다. 이찬혁은 최근 “진짜 사춘기가 찾아 왔다”고 말했습니다. 앨범 ‘사춘기 상ㆍ하’ 프로젝트를 지난 1월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겪은 성장통이었습니다. 그는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았고, 왜 해야 하는 거지란 고민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2014년 1집 ‘플레이’를 시작으로 매번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쌓여 남모를 슬럼프를 겪었던 겁니다.

“어느 순간엔 ‘내 원래 꿈 사춘기 이 노래를 만드는 것도 아니었잖아’란 생각도 들더라고요. ‘사춘기’ 앨범을 만들며 정말 음악적 고민들이 사춘기처럼 찾아왔죠.”

성장통을 치른 만큼, 노래에 쓸쓸함도 쌓였습니다. SBS 오디션프로그램 ‘K팝스타2’에서 ‘다리 꼬지마’를 불렀던 남매는 ‘사춘기 하’에서 “별 하나 있고, 너 하나 있는”(‘오랜 날 오랜 밤’)이라며 추억을 노래합니다. 데뷔 앨범 ‘플레이’가 아이가 어른한테 하는 말 같았다면, ‘사춘기 상ㆍ하’에는 남들은 마냥 어리게만 보는 청년의 고민이 담겼습니다. 지난 15일 양희은과 함께 부른 ‘나무’에선 한 뼘 더 자란 악동뮤지션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찬혁은 직접 가사를 쓴 ‘나무’에서 황혼을 얘기합니다. ‘깊게 패인 손금에 모른 척해 온 외로움이 숨어있었고’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국민 남매’의 반전입니다.

“최근에 영화 ‘로건’(청소년 관람 불가)을 보러 갔는데, 주민등록증 검사를 안 하더라고요. 이젠 남들이 보기에도 어른이 된 거죠. 나이를 먹을 수록 감정이 곡에 묻어나겠죠. 하지만 많은 분이 우리에게 원하는 게 순수함이잖아요. 예, 알아요. 나이에 맞는 순수함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우리 둘의 가장 큰 숙제인 것 같아요.”(이찬혁)

'그냥 찬혁이와 수현이기 때문에 특별하다'. 배우 차인표가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이 낸 에세이 '목소리를 높여 하이'에서 쓴 글이다. 건강하면서도 재기 발랄한 게 남매의 장점이다. 김종진 인턴기자
'그냥 찬혁이와 수현이기 때문에 특별하다'. 배우 차인표가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이 낸 에세이 '목소리를 높여 하이'에서 쓴 글이다. 건강하면서도 재기 발랄한 게 남매의 장점이다. 김종진 인턴기자

악동뮤지션의 요즘 화두는 음악적 장르 변화인 듯했습니다. 이찬혁이 최근 즐겨 듣는 노래는 미국 유명 싱어송라이터 존 메이어의 노래라고 합니다. “멜로디 진행이 가요와 달라 부쩍 해외 음악에 관심이 커졌다”는 게 그의 말이었습니다. 보편적인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남매는 비주류 음악을 즐긴다고 합니다. 밴드 잔나비와 가수 솔튼페이퍼가 악동뮤지션이 좋아하는 음악인들입니다.

남매는 23일부터 내달 2일까지 서울 서강대 메리홀에서 단독 공연 ‘일기장’을 엽니다. 서울 공연이 끝나면 광주(4월15일), 대구(4월22일), 부산(5월27일) 등에서 무대를 이어갑니다. 공연을 ‘찬혁 일기’와 ‘수현 일기’로 따로 꾸려, 남매 사이 경쟁도 치열합니다.

“수현이가 (무대에서)자신을 공주처럼 만들고 싶어해요.”(이찬혁)

“제가 글 쓰는 건 오빠보다 약해도, 제 끼를 오래 보여줄 수 있을 거예요. 홀로서기의 무대랄까요? 하하하.”(이수현)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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