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21일 남색 코트와 바지, 검정색 구두 차림으로 검찰 소환에 응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회의 탄핵 소추 이후 청와대 관저와 서울 삼성동 자택에 칩거하는 사이, 밖으로 나올 때마다 늘 같은 코트를 입었다. 지난 12일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을 때도, 1월23일 국립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 묘소를 나홀로 참배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1월1일엔 관저에서 간담회장인 상춘재까지 같은 코트를 입고 이동했다.
박 전 대통령은 ‘패션 정치’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옷을 자주 갈아 입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단벌 패션’은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맞춤 의상 사령탑’ 역할을 했던 비선 실세 최순실(61)씨가 구속 기소되면서 새 옷을 챙겨줄 사람이 없어서라는 얘기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기성복을 잘 입지 않는다. 현직 대통령은 코트를 입어야 할 만큼 추위에 노출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여벌 코트를 준비해 두지 않았을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식 때와 해외 순방 때 등 특수한 경우에만 코트를 챙겨 입었다.
남색은 박 전 대통령이 별다른 정치적 의미를 실었던 색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를 비롯한 정치 세력과 갈등할 때는 ‘전투복’으로 국방색 옷을 골랐고, 경제 살리기를 강조할 땐 빨간 옷을 챙겨 입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옷 색에 메시지를 담을 겨를이 있겠느냐”며 “‘이 와중에 한가하게 옷을 갈아 입느냐’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계속 단벌의상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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