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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술 받았는데, 동네병원에서 또 진료의뢰서 받으라고요?

입력
2017.03.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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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환자 두 번 울리는 ‘진료의뢰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김모(52)씨는 지난해 9월 혈변 증상이 지속되자 동네 병원을 찾아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받았다. ‘직장암 소견’이라는 날벼락 같은 진단 결과를 받아 든 김씨는 이 병원에서 요양급여의뢰서(이하 진료의뢰서)를 발급 받아 인근 A대학병원에 찾아갔고, 그곳에서 직장암 2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일단 방사선 치료로 종양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하자”고 권했다. 하지만 진단 결과가 정확한지, 다른 치료방법은 없는지 궁금했던 김씨는 CT 결과 등을 들고 B종합병원을 찾았다가 이곳에서 또다시 진료의뢰서를 요구 받았다.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인근 동네병원 아무 곳이나 들어가 진찰비 3,000원을 주고 진료의뢰서를 다시 발급 받아야 했다. 김씨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미 진료를 받았는데 왜 또다시 진료의뢰서를 끊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형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 가려는 환자는 동네 의원이나 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 받아야 한다. 진료의뢰서 없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의료비 폭탄을 맞는다. 진료의뢰서는 의사가 ‘이 환자의 증상은 더 큰 병원에서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확인해준 일종의 증명서로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일단 1차(동네의원) 2차(병원과 종합병원) 의료기관부터 들르도록 규제를 둔 것이다.

하지만 적잖은 중증질환자들은 이 제도로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오진 가능성을 줄이고 다양한 치료법을 알아보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여러 곳을 다니는 ‘의료 쇼핑’ 때마다 동네병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담당 의사에게 진료의뢰서를 요청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담당 의사에게 ‘나는 당신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 없어 불이익을 우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장암에 걸린 부친 때문에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던 박모(46)씨는 “아예 이 병원을 다시 오지 않겠다고 작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담당의사에게 진료의뢰서를 끊어달라고 말을 하기 어렵다”며 “그러다 보니 큰 수술을 받고도 다시 진료의뢰서를 받기 위해 동네병원을 찾아야 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동네병원에서의 진료의뢰서 발급은 요식행위에 가깝다. 이모(48)씨는 “몸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급하게 CT를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진료의뢰서가 필요하다고 해 인근에 아무 연관도 없는 이비인후과를 찾아가 의뢰서를 끊어달라고 하니 별 말 없이 끊어주더라”며 “이런 절차가 도대체 왜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의료 쇼핑을 너무 쉽게 하면 안 그래도 위태로운 의료전달체계가 더 문란해져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는 만큼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도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손질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 받아야 하는 것이 명백한 중증질환 환자에 한해서는 진료의뢰서를 여러 번 끊어야 하는 불편함을 줄여 줄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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