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알파고’ 딥젠고와 대결을 앞둔 한국 랭킹 1위 박정환(24) 9단이 ‘인간’을 상대로 가볍게 첫 승을 거두고 리허설을 끝냈다.
박정환 9단은 21일 오사카의 일본기원 관서총본부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 1회전에서 일본의 1인자 이야마 유타 9단(28)과 7시간 5분에 걸친 대국 끝에 257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역대 상대 전적에서도 3승2패로 앞서나갔다.
관심을 모으는 박정환과 딥젠고의 대결은 22일 열린다. 지난해 이세돌(34) 9단과 알파고의 특별 대국과 달리 이번엔 인공지능이 정식으로 한ㆍ중ㆍ일 톱기사들과 풀리그를 벌여 우승자를 가리는 최초의 대회다. 일본의 가토 히데키가 야심 차게 내 놓은 딥젠고는 기존 일본의 바둑 프로그램 '젠'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겨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열풍을 일으킨 지난해 3월, 일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공지능과 바둑의 동반 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딥젠고 프로젝트에는 젠 개발자들과 도쿄대, 정보통신 업체 '드왕고' 등이 참여했다.
딥젠고는 지난해 12월29일부터 올해 2월15일까지는 국내 인터넷 대국 사이트에서 공개 실전 대국을 벌였다. 결과는 1,316승 306패, 승률 81.1%다. 이 가운데 프로 기사와는 615승 240패(승률 71.9%)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일본 도쿄 전기통신대에서 막을 내린 제10회 UEC배 컴퓨터바둑대회에서 중국이 개발한 줴이에게 불계패하며 준우승에 그쳐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있고, 성능이 알파고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딥젠고는 이날 첫판부터 중국의 미위팅 9단(21)에게 불계패했다.
박정환 9단은 지난 2월 인터넷 비공개 대국에서 딥젠고에 3승1패로 승리한 적이 있다. 박정환 9단은 "인공지능과 직접 대국할 기회를 얻어 기쁘다. 딥젠고가 얼마나 업그레이드 됐는지 확실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실수가 줄고 포석 능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참가자 전원이 한 차례씩 대국한 뒤 가장 많이 승리한 기사를 우승자로 정하는 풀 리그 방식이다. 동률이 나오면 24일 플레이오프를 벌여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 초읽기 1분 5회씩이며, 우승상금은 3,000만엔, 준우승 상금은 1,000만 엔이다. 3위와 4위는 500만 엔의 상금을 받는다. 이 대회는 올해부터 3년간 매년 인공지능이 참여하는 가운데 한 차례씩 열릴 예정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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