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직 시절 주로 관저에서 혼자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 피의자 조사 중에는 변호인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박 전 대통령 측에 따르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조사를 마친 낮 12시5분께 조사실 옆방 휴게실에서 유영하(55), 정장현(56) 변호사 등과 함께 미리 준비한 유부초밥과 김밥, 샌드위치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대변인 역을 맡은 손범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께서 도시락을 다 드셨다”고 전했다. 오후 조사가 끝난 뒤에는 박 전 대통령은 경호실에서 준비한 죽을 먹었다.
박 전 대통령의 혼밥사랑이 알려진 것은 지난해 지난해 12월 한상훈(46) 전 청와대 조리장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다. 한 전 조리장은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이던 2014년 4월 16일에 정오와 오후 6시에 각 1인분의 식사를 만들어 관저로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와 ‘문고리 3인방’ 등 최측근과 회의를 한 뒤에도 이들과 겸상하지 않고 따로 식사를 할 정도로 홀로 밥 먹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도시락을 준비한 것도 박 전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과 일치한다. 한 전 조리장은 박 전 대통령이 ”공식 행사차 지방을 방문할 때도 현지 식당에 가기보다는 차 안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주로 혼자 밥을 먹는다는 사실은 참모진들로부터 대면 보고조차 꺼려했던 그의 일방적 소통 스타일과 연결되면서 논란을 낳았다. 대통령 식사는 단순한 영양섭취나 여가가 아닌 국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직 시절 저녁 비상회의를 위해 늘 10~20인분의 식사를 준비했던 것과도 비교된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이 이날 조사 중 변호인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것은 검찰 신문에 철저하게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손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점심 식사 중 변호인들과 답변 전략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저녁식사를 마친 뒤 심야시간까지 계속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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