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객터미널서 정책 토론
각본 없이 즉석 문답 ‘불꽃’
“유승민 후보는 좀 불통이고 까칠하다는데…” “출마하기 전까지는 저와 대화 잘 됐잖아요?”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제대로 붙었다. 21일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열린 바른정당 대선후보 경선 영남권 정책토론회에서다. 영남권은 국민정책평가단 규모가 1,030명으로 수도권 다음으로 크며 평가단 투표 결과는 22일 오전 발표된다.
이날 토론회의 하이라이트는 두 사람이 각본 없이 즉석 문답을 주고 받으며 벌이는 ‘토론 배틀’이었다. 두 후보 모두 양복 상의를 벗고 소매까지 걷어붙였다. 가장 뜨거운 주제는 이번 대선의 변수이기도 한 보수후보 단일화였다. 유 의원은 “재벌한테 돈도 받고 사상도 이상한 후보를 국무총리까지 시키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남 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국무총리를 제안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유 의원은 “민주당과는 연대해도 되고 자유한국당과는 그들이 개혁해도 단일화에 응할 생각이 없느냐”고 따졌다.
남 지사는 “그러면 당연히 (단일화)해야 하지만 우리가 그들(친박)을 쫓아내지 못해 나오지 않았느냐”며 “패권세력, 최순실 국정농단 세력과는 연대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유 의원이 “그럼 제가 말하는 보수후보 단일화와 거의 다를 바가 없는데 왜 토론할 때마다 열을 내느냐”고 따졌고 남 지사는 “제가 언제 열을 냈느냐”고 되받아쳤다.
이날 검찰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 여부에선 두 후보의 차이가 가장 극명했다. 남 지사는 “불구속 수사를 주장한 유 후보의 발언에 깜짝 놀랐다”며 “정치인이 왈가왈부해선 안 되는 사안이다”고 말했다. 반면 유 의원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불구속 수사를 받았다”며 “국론 통합, 국가의 품격,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생각하면 불구속 수사 및 기소가 맞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지지율이 참담한 수준이다’는 네티즌의 송곳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우리가 바라봐야 할 건 사람이 아닌 정책과 철학, 원칙”이라며 “뒤돌아보지 않고 소신을 갖고 나가면 바른정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유 의원도 “우리가 기존의 ‘부패 보수’와 뭐가 다른지 아직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가면 국민께서 진심을 알아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국민정책평가단을 향해 “저는 민주당 후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후보다. 여러분이 후보를 만들어주시면 상대 후보들을 하나씩 밟고 올라가 꼭 이기겠다”(유 의원), “제가 문재인보다 모자란 건 키밖에 없다. 바른정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길은 남경필을 후보로 만드는 드라마를 쓰는 것”(남 지사)이라고 각각 호소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성지원 인턴기자(고려대 사회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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