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한국 정부가 중점 추진중인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기로 하면서 한국에 대한 요구 사항들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시장 개방을 통해 외자를 유치하는 등 경제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베트남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보다 실리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그간 한반도 문제에 관해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으며 북한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21일 베트남 정부가 운영하는 전자정부 사이트에 따르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전날 윤병세 외교장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사태와 관련, 한국 정부의 지지를 요청했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스프래틀리 제도 등의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다투고 있으며, 특히 지난 13일에는 파라셀 군도 크루즈선 운항 등 중국의 분쟁해역 관광프로그램과 관련, “베트남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푹 총리의 이 같은 지원 요청은 앞서 열린 외교장관 회담에서 팜 빈 민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유엔 안보리의 북한 관련 결의에 대한 충실한 이행을 약속한 이후에 나왔다.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 차원의 대북 압박 전선을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로 확대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 온 점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의 요청에 응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끼워 넣은 셈이다.
회담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북한이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을 암살하는 데 화학무기를 동원한 것과 관련해서는 베트남 측이 ‘규탄’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했다”며 “기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입장 표명”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대신 이 외에도 한국 측에 경제 등 제반 분야의 협력 강화도 요청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베트남 측에서 당초 설정한 ‘2020년 교역량 700억달러’를 1,000억달러로 상향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베트남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450억달러 수준으로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4위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2020년 700억달러만 달성해도 일본을 제치고 3위가 된다”며 “3년 뒤 교역 규모가 1,000억달러로 확대될 경우 베트남의 경제 성장에는 물론 양국 관계 발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교역량 1,000억달러는 지난 2015년 한국과 미국의 교역량(1,150억달러)과 맞먹는 규모다.
하노이ㆍ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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