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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부기능 바꿀 혁신위원회를 만들자

입력
2017.03.2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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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의 대부가 된다면 어떻게 마피아를 개혁할까? 먼저 기존 범죄행위의 효과적 수행을 위한 개혁이 있다. 조직개편, 조직원 평가개선, 자금지출 효율화가 그 예다. 반대로 아예 하는 일을 바꿀 수도 있다. 범죄행위를 그만 두고 합법적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개혁은 아예 하는 일을 바꿔 주는 기능개혁과, 지금 하는 일을 유지한 채 이를 더 잘하려는 관리개혁으로 구분된다. 우리의 정부개혁은 대개 관리개혁이었다. 조직·인사, 성과관리, 재정개혁, 전자정부가 그 예다. 그러나 이제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과거의 낡은 일을 더 잘하는 것보다는 정부가 하는 일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정부기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우리는 아직도 개발시대 정부주도 성장의 틀에 갇혀 있다. 기재부, 금융위, 산업부, 농림부, 미래부, 국토부, 해양부 등 경제부처는 물론이요, 문화부, 노동부, 복지부, 환경부, 교육부, 여성부도 관련 산업에 대한 규제와 과잉지원으로 민간에 깊이 간섭하고 있다. 실제 정책효과는 없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척하는 면피용 정책이 넘쳐 난다. 또 중앙정부는 지방이 할 일까지 틀어쥐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혁신과 성장잠재력은 꺼져 간다. 이러한 낡은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대신 사회복지, 국민안전, 질서유지, 부처 간 조정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부처가 스스로 기능을 축소하겠는가. 더구나 축소해야 할 규제와 과잉지원은 부처의 힘의 원천이다. 기능개혁을 위해서는 많은 저항을 거쳐야 한다. 법과 예산에도 반영해야 한다. 이를 모두 정부출범 직후의 조직개편에 담긴 어렵다. 대통령 임기 내내 해야 한다. 이를 주도할 기구를 신설하자. 박근혜 정부는 단일 개혁추진체를 만들지 않고 노동·교육·금융·공공개혁을 주무 부처에 맡겼다. 그러나 성과는 매우 미흡하다. 그나마 공기업 부채감축 등 공공개혁 성과는 좋은 편인데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공공개혁은 기재부가 타 부처의 공공기관을 개혁한 반면, 나머지는 모두 ‘셀프개혁’이니 성과가 없는 것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은 개혁에도 진리이다.

개혁추진체론 어떤 형태가 좋을까. 김대중 정부에선 기획예산처에 정부개혁실을 만들었다. 예산권을 활용,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직업 공무원과 민간계약직 간 시너지도 좋았다. 공기업 민영화, 정부조직개편, 기금개혁 등 폭 넓은 업무를 했으나 정부기능에 대한 근본검토는 부족했다. 노무현 정부는 정부혁신지방분권위를 두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비서관이 사무국장을 맡아 힘을 실었다. 그러나 사무국의 국과장이 대개 부처에서 파견 나와, 해당 부처 개혁에 한계로 작용했다. 또 기능개혁보다는 조직·인사, 전자정부 등 전통적 관리개혁에 치중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가경쟁력강화위가 규제개혁, 법제도 선진화, 공공개혁을 추진했다. 대통령이 참석하며 힘을 실었다. 개혁 범위는 넓었으나 각 부처가 스스로 개혁안을 만들어 셀프개혁의 한계가 있었다. 사무국 구성의 한계는 노무현 정부와 같았다.

다음 정부의 개혁추진체로는 노무현 정부처럼 청와대가 직접 관여하는 모형을 권한다. 가칭 정부혁신위원회를 만들어 각 부처가 하는 일을 바꾸어 보자. 사무국 실무자는 직업공무원을 파견 받되, 국과장급은 민간계약직으로 채우는 것이 좋겠다. 사무국의 각 과는 2~5개 부처를 나누어 맡고 국장급은 규제철폐, 과잉지원축소, 지방분권 등의 과제를 책임지는 매트릭스 조직으로 운영하길 권한다.

정부 교체기마다 조직개편이 논의된다. 실·국을 옮기는 수준의 개편은 정부출범 직후 신속하게, 최소한으로 추진할 것을 권한다. 반면 정부기능을 바꾸는 개혁은 대통령 임기 내내 전면적으로 추진하자. 정부주도의 낡은 국정운영에 마침표를 찍고 정부역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때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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