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일동의 대형교회 명성교회를 둘러싼 세습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명성교회측은 “교회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피치 못할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21일 교계에 따르면 명성교회는 지난 19일 개최한 공동의회에서 김삼환(72)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44) 목사를 청빙키로 결의했다. 김하나 목사가 몸담고 있는 경기 하남 새노래명성교회와의 합병안도 통과시켰다. 8,104명이 참석한 공동의회에서 청빙안 찬성은 6,003표(약 74%), 교회 합병안은 5,860표(약 72%)를 얻었다.
명성교회는 1980년 김삼환 원로목사가 세워 등록신자만 10만명이 넘어가는 대표적 대형교회이고, 2014년 분리된 새노래명성교회는 신자가 2,000여명 수준이다. 이 때문에 2014년 새노래명성교회가 분립할 당시부터 결국 우회 세습으로 가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들이 나왔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은 “2013년 명성교회가 속해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는 압도적 찬성 속에 세습방지법을 채택했다”며 “교단 헌법을 우회할 방법을 찾아야 했던 명성교회는 ‘분립개척 후 합병’이라는 편법을 동원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김하나 목사는 19일 예배 때 청빙에 응할 생각도 없고 합병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가 응하지 않을 경우 청빙, 합병은 모두 무산된다.
명성교회 측은 세습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교회측 관계자는 “목사가 바뀐 뒤 교회가 파국으로 치달은 경우가 많아 세습이란 세상의 비판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김하나 목사의 반대에 대해서는 “우리측에서 잘 설득할 문제”라고만 밝혔다. 교회 세습을 위한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서는 “당사자들과 무관하게 장로와 신도들이 내린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