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슬림 운동선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미국의 국가대표 펜싱선수 이브티하즈 무하마드(31)는 21일(한국시간) 미국 매체 타임을 통해 ‘미국의 이상을 위협하는 트럼프의 테러에 공포를 느낀다’라는 제목으로 편지를 띄웠다. 이브티하즈 무하마드는 2016 리우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미국계 무슬림이다. 최초로 히잡(무슬림 여성들이 신체를 감추기 위해 착용하는 전통 의상)을 쓰고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관련기사
이브티하즈의 생은 ‘아메리카 드림’의 전형이다. 미국 뉴저지주 북동부의 작은 도시 메이플우드에서 태어난 그는 공립학교를 나와 미국 올림픽 팀을 대표한 최초의 무슬림 여성이 됐다. 아브티하즈는 편지에서 “숱한 장벽을 허물고 고정관념을 깨트려 전 세계에 무슬림 또한 미국인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아브티하즈는 이어“공평한 기회가 미국을 특별한 나라로 만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이슬람권 7개국(이란ㆍ시리아ㆍ이라크ㆍ리비아ㆍ예멘ㆍ소말리아ㆍ수단) 국적자와 난민의 입국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이 지방법원에 의해 좌초되자 6일 입국 금지국 명단을 수정해 2차 행정명령을 다시 내놓는 등 인종과 종교에 관한 차별적 정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브티하즈는 정의롭고 평등한 미국을 흔들려는 트럼프의 움직임이야말로 ‘테러’라고 규정했다. 그는 편지에 트럼프의 착각들을 나열했다. ▲피난민을 테러의 희생자가 아닌 원인으로 보는 것, ▲난민 정착에 대한 미국의 공헌을 ‘나쁜 사례’로 여기는 것, ▲히잡을 위협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 등을 예로 들었다. 또한 그는 트럼프 당선 이후 공항에서 심문을 받고 뉴욕 거리 한복판에서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폭언까지 들어야 했다며 단호하게 “이것은 내가 아는 미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 구호였다. 이브티하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자 여성 무슬림 그리고 애국자로서 트럼프에게 “편협함을 물리치고 다양성으로 미국을 이끌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브티하즈는 트럼프에게 당부하는 말로 편지를 마무리 지었다.
“나는 한때 미국 운동선수로서 당신을 대표했습니다. 이제 당신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나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그 신성한 임무를 사려 깊게 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오수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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